

[마이데일리 = 김경현 기자] "솔직히 포기하고 있었다"
삼성 라이온즈 '왼손 필승조' 이승민이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6월 최악의 부진을 딛고 8월 최고의 투수로 우뚝 섰다.
2000년생인 이승민은 본리초-경상중-대구고를 졸업하고 2020 신인 드래프트 2차 4라운드 35순위로 푸른 유니폼을 입었다. 그해 곧바로 데뷔해 7경기서 1승 3패 평균자책점 6.84를 기록했다. 올해 전까지 주로 추격조로 활용됐다.
올해는 삼성의 당당한 왼손 에이스다. 1일 기준 49경기서 2승 1패 6홀드 평균자책점 3.59를 기록했다. 승리, 홀드, 평균자책점 모두 커리어 하이다.
박진만 감독은 "위기 상황에서 이승민이 나가서 잘 막아준다. (이)승민이의 역할이 매우 크다. 이승민이 들어오면서 옵션이 하나 더 늘어나서 불펜 운영하기가 수월해졌다"고 했다.


8월 페이스가 말 그대로 미쳤다. 14경기에 출전해 1승 무패 4홀드 평균자책점 0.60이다. 15이닝을 소화하며 단 1자책만 허용했다. 10경기 이상 던진 투수 중 정우주(한화 이글스·10⅔이닝 무실점) 다음으로 평균자책점이 낮다.
지난 8월 29일 취재진과 만난 이승민은 "비결이라기보단 4월부터 똑같이 준비하던 대로 했는데 운이 더 따를 뿐"이라며 겸손하게 답했다.
구속 향상이 눈에 띈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이승민은 지난 시즌 평균 137.7km/h를 기록했다. 올해는 142.4km/h다. 1년 새에 4.7km/h가 늘었다.
이승민은 "구속에 대한 단점이 많았어서 중점적으로 연습을 하긴 했다"라면서 "시즌 때는 스피드보다 커맨드 쪽으로 생각을 했다. 작년과 달리 자신감이 올라오고 여유가 생기다 보니 스피드도 올라온 것 같다. 구속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하는 드릴(Drill·반복 훈련)도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시즌 중반 위기를 겪었다. 5월까지 호투를 펼치던 이승민은 6월 10경기서 평균자책점 9.00으로 무너졌다. 특히 15일 대구 KT 위즈전 2이닝 9실점 7자책으로 혼쭐이 났다. 경기 전까지 3.04에 달하던 평균자책점은 5.26까지 폭증했다.
이승민은 "지금까지도 제일 기억에 남는 경기는 (6월 15일) KT전이다. 점수를 더 안 주면 따라갈 수 있었던 상황이었는데, 제가 게임을 아예 넘겨줬다"라면서 "똑같은 실수는 하지 않겠다. 누구나 실수는 한다. 대신 두 번 다시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이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이승민은 시즌 전 조병현(SSG 랜더스)과 내기를 했다. 둘은 상무 야구단 시절 룸메이트를 하며 친해졌다. 이승민은 50이닝 이상, 평균자책점 3점대를 찍어야 한다. 조병현은 30세이브 이상에 평균자책점 2점대가 목표다. 승리한 사람에게 백화점에서 선물을 사주기로 했다. KT전 이후 평균자책점이 상승, 내기를 망칠 뻔했다. 8월 호투 덕분에 평균자책점이 다시 궤도에 오른 것.

이승민은 "솔직히 포기하고 있었다"라면서 "아직까지는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한다. 생각했다간 더 안 될 것 같다. 제 운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이어 "(조)병현이에게 계속 전화가 온다. 제가 던진 날마다 '오늘 잘 던졌던데요? 조금만 더 살살 던져요'라고 한다"며 "(조)병현이도 제가 성공할 줄 생각 안 하고 말했을 것이다. 제가 (성공에) 가까워지니까 이제 조마조마하지 않을까. 저랑 똑같은 마음일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흔들릴 때 주변의 도움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이승민은 "제가 멘탈이 좋진 않다. 한 경기 잘못 던지면 그 경기에 대해 깊게 빠져든다"며 "주위 형들도 그렇고 후배들도 좋은 말을 해준다. 매 경기 잘 던질 수 없으니 하던 대로 하자고 마음먹었다. 주위 사람들 덕분"이라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기억나는 조언을 묻자 "최근 (최)원태 형이 한 타자도 아니고 무조건 1구씩 집중해서 던지자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다른 형들도 시즌이 기니까 당장 한 경기만 보지 말고, 오늘 못 던지면 다음 경기 잘하면 된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조병현은 58경기서 5승 3패 26세이브 평균자책점 1.40을 기록 중이다. 지금 추세라면 두 선수는 서로에게 선물을 사주게 된다. 이승민은 "그게 제일 좋다"며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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