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시청자들은 지겹다고 한다. "또 음악 예능이냐", "결혼했는데 왜 아직도 철부지 콘셉트냐"라는 불만이 쏟아지지만, 방송국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들 프로그램은 여전히 편성표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나름대로의 시청률을 유지한다. 혁신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현실적인 선택일까.
SBS '미운 우리 새끼'는 '철부지 아들들의 일상을 엄마 시선으로 관찰한다'는 콘셉트가 핵심이다. 하지만 최근 김준호, 이상민를 비롯해 김종국까지 연이어 결혼을 발표했음에도, 이들은 여전히 출연진으로 남아 있다. '육아일기'를 콘셉트로 한 프로그램에서 이미 새 가정을 꾸린 인물이 여전히 ‘철부지 아들’로 그려지는 게 맞냐는 의문이 커진다.
비슷한 고민은 파생 프로그램인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에서도 드러난다. '돌아온 싱글 남자'들의 이야기를 그리려 출발했지만, 절반의 출연자가 이제는 기혼자다. 그럼에도 변화를 주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출연자 교체는 곧 프로그램 리뉴얼로 이어지고, 이는 시청률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모험이 되기 때문이다.
반면 MBC '놀면 뭐하니'는 '또 음악 예능이냐'는 지적에도 80s 서울가요제로 시청률 반등에 성공했다. 두 달 전 3%대까지 떨어졌던 시청률이 최근 6%까지 올라선 것. 과거 싹쓰리·MSG 워너비 프로젝트처럼 음악 특집은 ‘식상하다’는 평가를 늘 동반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프로그램의 화제성을 견인하는 검증된 카드이기도 하다.
장수 예능들의 공통적인 문제는 '익숙함에 의존하는 관성'이다. 기획 당시의 정체성은 이미 흐려졌지만, 시청률을 위해서는 변화보다는 유지를 택한다. 이는 중·장년층 시청자층이 주요 타깃이라는 점과도 맞물린다. 상당수의 시청자가 TV의 앞을 떠난 지금, 남아있는 시청층은 새로운 포맷보다는 익숙한 얼굴과 구도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성에 기대는 제작진의 선택은 양날의 검이다. 안정적인 시청률은 보장되지만, 계속되는 젊은 층의 이탈과 '혁신 없는 TV 예능'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다. 결국 지금의 장수 예능들이 지켜야 할 것은 시청률뿐일까, 아니면 시청자 신뢰와 정체성일까.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