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고양시 덕양구 벽제동 일원에서 추진되는 '목암 도시개발사업'이 10년 가까이 표류하고 있다. 2013년 사업 허가 이후 2016년 지역주택조합원 모집까지 진행했지만 △불법 승인 논란 △자금 불투명 △공사 중단 등 문제가 연이어 불거지면서 조합원 피해만 쌓이고 있다. 나아가 행정기관 책임 회피와 제도적 공백까지 맞물리며 사업 정상화 가능성은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무책임한 지자체 "공급 계획 승인, 공급 허가 아냐"
목암지구 사업 첫 번째 걸림돌은 '불법 승인' 문제다.
도시개발법 시행령은 토지 조성 완료 후에만 공급을 허용한다. 그러나 목암지구는 조성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공급 계획이 승인됐다.
"2019년 담당 공무원에게 '토지 조성 전 공급은 불법'이라는 답변까지 받았는데, 결국 승인 문서가 발급됐다." - 최명철 목암지역주택조합장
조합은 토지 공급 계획 승인과 관련해 승인 문서 및 당시 통화 녹취록까지 제시하며 '명백한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고양시는 "공급 계획 승인만 했을 뿐, 실제 공급 허가는 아니다"라고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사이,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에게 전가됐다.
지자체 행정 관리 부실에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조합이 토지대금 약 723억원을 지출했다. 하지만 2022년 7월 고양시가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린 이후 3년 넘게 사업은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 감사에서도 해당 문제를 불거지자 고양시는 '시행사(에스디산업개발) 선수금 반환'을 명령했다.
하지만 시행사는 여전히 선수금 반환을 미루고 "전임 조합장이 빌려간 금액 약 200억원을 공제한 뒤 나머지 500억원만 돌려주겠다"라는 입장이다. 이마저도 공탁 형식으로 처리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상 '반환을 지연하는 편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조합 측은 "공탁은 법적 반환 수단이 아니라 지연책일 뿐"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고양시는 적극적 조치를 미루고 있어 사업은 사실상 교착 상태에 빠진 상태다.
◆신탁·업무대행사 제도 '그림자'
목암지구 사례는 신탁제도 허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860여억원 상당 조합원 분담금 대부분을 토지 대금과 운영비로 소진하면서 현재 남은 금액은 수천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조합은 시행사 상대로 민사소송을 준비하며 자금 난항을 겪고 있다. 총회를 개최해 신탁 출금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업무대행사 날인이 함께 있어야 자금 인출이 가능하다'는 신탁 규정상 사실상 자금 사용이 불가능한 것.
조합 관계자는 "업무대행사가 도장을 찍지 않으면 조합장이 바뀌어도 돈을 못 쓴다"라며 "결국 조합원들이 분담금을 자체적으로 마련해 소송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신탁 제도는 애초 자금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다. 하지만 현실 내에서는 자율적 조합 의사결정을 제약하고, 업무대행사 권한만 강화하는 수단으로 작동하는 데 그치고 있다.
토지 매입 과정에서의 불투명성도 드러났다. 조합이 의뢰한 감정평가 결과와 실제 공급가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발생했지만, 그 과정은 조합원들에게 명확히 공유되지 않았다.
도시개발법 시행형에 따르면 공급가 산정 시 감정평가액을 참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고양시는 이 절차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아 조합원들이 시세보다 불리한 조건을 떠안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제도와 행정 '부실' 피해는 조합원에게
해당 조합은 고양시가 불법 행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고양시는 "사인 간 계약 문제"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문제는 일련의 과정에 있어 조합원들이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준공 전 △공급 승인 △불법 계약 △토지 과다 매입 등 명백한 행정 하자가 드러났지만, 지자체는 뚜렷한 대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피해는 조합원들에게만 누적되는 구조다.
더군다나 목암지구 조합원 절반 이상은 60대 이상 고령층이다. 상당수는 은퇴하거나 건강 문제로 추가 분담금 납부가 어려운 상황이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처음에는 조합원들이 찾아와 하소연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이제는 발길조차 끊겼다"라며 "오랜 지연으로 주민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라고 전했다.
목암지구 사례는 단순 사업 지연이 아니다. '제도의 구조적 허점과 행정 부실이 맞물린 결과'라는 게 업계 판단이다. 업무대행사가 실질적으로 사업을 주도하면서도 책임을 지지 않고, 신탁사 '출금 제한'으로 조합원 권리가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지자체는 불법 공급을 승인하고도 사후에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최 조합장은 "업무대행사가 사업을 판 벌리고, 조합원은 꼭두각시인 구조"라며 "법과 제도에 피해 회복 장치가 없어 결국 조합원들이 모든 부담을 떠안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김형남 성산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지주택은 조합원들의 '내 집 마련' 제도이지만, 현실에서는 자금을 돌리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라며 "이번 사태 핵심은 지자체가 관리·감독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중요한 건 앞으로 사업이 어떤 방향으로 회복할 수 있느냐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