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싸고, 더 빠르게" 김동현 체인로지스 대표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코로나 19 이후로 온라인 쇼핑이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이제 소비자의 관심은 빠른 배송이 아닌 '언제 물건을 받느냐'로 좁혀지고 있다. 쿠팡 로켓배송, 아마존 프라임이 보여준 배송 속도 혁명은 어느덧 업계 표준처럼 받아들여지는 추세다.

이런 변화 속에서 김동현 체인로지스 대표는 '두발히어로'라는 브랜드를 출시했다. 전국 당일배송 서비스를 구현하며 물류 산업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김 대표는 "신뢰할 수 있는 속도와 과정이야말로 지역과 소비자를 함께 성장시키는 힘"이라고 강조한다.


◆빚더미 속에서 시작한 20대 창업, 물류로 삶을 바꾸다

김 대표의 창업 서사는 극적이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세가 기울고, 빚까지 짊어진 그는 스무 살 갓 넘은 나이에 창업이라는 길을 선택했다.

"당장 직장 생활을 한다고 해서 집안을 일으킬 수 없다는 걸 알았어요. 조금 힘들더라도 빨리 사업을 키우는 게 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2살이던 해, 그는 아르바이트로 모은 50만원을 쥐고 용산 전자상가에 작은 퀵서비스 사무실을 열었다. 기반은 전무했지만, 직접 20여개 동을 돌며 인사를 건네고 영업을 이어갔다. 낮에는 세 개의 아르바이트를 전전했고, 밤에는 신문을 돌리며 생활비를 충당했다. 아버지는 중고 트럭을 몰며 그 옆을 지켰다.

"그때 6개월 동안 한 층 한 층 다 돌면서 얼굴을 알렸어요. 그렇게 해서 기초 물량이 조금씩 쌓이더라고요. 하루도 쉬지 않고 사무실에서 먹고 자면서 4년을 버텼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사업을 키우는 감각을 익혔다. 무려 12차례 사무실을 사고팔며 영업권을 넓혔고, 강남 진출로 기반을 다졌다. 이후 IGM 세계경영연구원과 한국능률협회에서 경영을 배우며, 아마존의 빠른 배송 실험에 눈을 돌렸다.

"아마존은 흑자를 보지 못하면서도 빠른 배송 체계를 만들기 위해 모든 걸 투자했죠. 저는 그게 고객 충성도를 만든 핵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패를 딛고 다시 세운 체인로지스와 '두발히어로'의 탄생

김 대표는 지난 2008년 용산 전자상가에서 첫 당일배송을 시도했다. 하지만 당시 시장 인식이 따라주지 않아 1년 반 만에 사업을 중단해야 했다. 그러나 2018년, 쿠팡이 본격적으로 '빠른 배송' 경쟁을 촉발하자 김 대표는 다시 기회를 잡았다. 모든 사업을 매각한 뒤, 체인로지스와 '두발히어로'를 출범시켰다.

"두발히어로에는 기존 배송 체계를 한 단계 진화시키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단순히 빠르게 보내는 게 아니라, 구조 자체를 바꾸자는 생각이었죠."

초기에는 이륜차 중심으로 시작했으나, 현재는 사륜차 비중이 70%를 넘어섰다. 도심 거점을 세밀하게 배치하고, 자체 IT 시스템으로 권역별 배송을 실시간 매칭한다. 덕분에 수거부터 배송까지 단계를 최소화하고, 하루 여러 차례 회전하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퀵서비스처럼 보이지만, 사실 저희 구조는 택배에 가깝습니다. 하루 세 차례 허브에서 물건을 모아 출차하기 때문에 예측 가능한 속도를 보장할 수 있습니다."

체인로지스는 지난해 기준 연간 500만건 규모의 배송을 처리하고 있다. 약 500명의 배송원이 회차당 50건 내외를 맡아 하루 두 번, 정오와 오후 5~6시에 출차한다.

"결제 후 4시간 내 도착은 기본이고, 경우에 따라 16분 만에 도착한 적도 있습니다. 고객이 '부담스러울 만큼 빠르다'라고 말할 정도죠."

◆발로 뛰며 쌓은 고객 신뢰와 틈새시장 공략

투자자들도 체인로지스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지금까지 누적 62억원 이상을 유치했다. 투자에는 △CJ대한통운 △CJ올리브영(000120) △퍼플코퍼레이션 등이 참여했다. 특히 지난해 CJ올리브영의 전략적 투자는 당일 도착 배송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은 협력 모델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또한 체인로지스는 IBK기업은행의 창업육성플랫폼 'IBK창공' 마포 13기로 선정돼 운영사인 탭엔젤파트너스의 육성을 받으며 혁신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체인로지스의 고객 확보 방식은 단순하다. 김 대표가 직접 거래처에 며칠이고 방문해 테스트 오더를 받아 최대한 업체가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그 과정에서 찍스, 포토몬 같은 온라인 사진 인화 업체와도 인연을 맺었고, 지금까지도 거래를 이어오고 있다.

"저는 항상 거래처 문을 두드렸습니다. 작은 테스트라도 맡겨주시면 반드시 만족시켜 드린다는 자세였어요."

대기업이 직접 운영하지 않는 배송 영역을 파고든 것도 주효했다.

"대기업은 터미널과 영업조직만 직접 관리합니다. 실제 배송 역량은 도급에 의존하죠. 우리는 그 틈을 노렸습니다. 기사님들을 직접 조직화해 서울을 하루 두 바퀴 도는 구조를 만들었어요."

한때는 75명의 기사로 서울 전역을 커버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투자금을 무리하게 쓰지 않고, 효율적 거점 구축에 집중했다. 그는 "서울을 제대로 커버하려면 최소 6개 센터가 필요하다"라며 직접 입지를 검증하고 센터를 세웠다. 이 경험은 이후 지방 확장에도 큰 자산이 됐다.

◆기사님이 안심하는 구조, 예측 가능한 속도로 만든 차별화

배달 업계의 고질적 문제는 안전이다. 김 대표는 업계와 다른 방식을 택했다.

"배민이나 쿠팡이츠는 기사들에게 미션을 부여해 속도를 강제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건당 단가가 아니라 시간당 충분한 수익이 보장되는 구조를 짭니다. 기사님들이 급하지 않아도 되니 사고율이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체인로지스의 사고율은 월 80~90만 건 중 1건에 불과하다. 업계 평균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낮은 수치다. 기사들은 배송을 끝낸 뒤에도 거점에 들러 담소를 나누며 쉬어간다. 실제 배송 직원들은 상주하는 임직원이 아니지만 심리적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구조라는 평가다.


체인로지스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전략은 '지역 일자리 창출'에 있다. 광주센터의 경우 경력단절 여성 비중이 40%에 달한다. 물류 난이도가 높지 않아 60대까지도 참여가 가능하다.

"저희는 단순히 빠른 배송을 하는 회사가 아닙니다. 괜찮은 일자리를 빨리 만들어내고,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

◆빠른 배송이 만든 성과와 시장 확장 전략

체인로지스의 수익모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온라인 주문 당일 수령을 보장하는 당일배송 서비스, 다른 하나는 1~2시간 내 도착을 목표로 한 퀵커머스 서비스다.

최근에는 △CJ올리브영 △컬리 △PPB스튜디오(컬러렌즈) △캐치테이블(와인 배송) 등 다양한 기업들과 협업하며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와 기업간 거래(B2B)를 아우른다.

고객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지금까지 13만건 이상의 리뷰 중 98%가 '매우 만족'을 기록했다. 특히 김 대표가 주목하는 데이터는 '빠른 배송이 반품률을 줄인다'는 점이다.

"빠른 배송은 결국 반품률을 줄입니다. 소비자가 구매 순간의 니즈를 잃기 전에 받아보기 때문이죠."

체인로지스는 지난 3월 광주를 시작으로, 9월 대전·세종, 10월 청주, 11월 대구·경산 확장을 예고했다. 내년에는 천안·구미·평택·양주·원주까지 확대한다. 김 대표는 "쿠팡 로켓배송의 도달 범위에 최대한 근접하겠다"고 강조한다.

김 대표는 3년 이내에 당일배송은 너무 당연한 서비스가 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또한 연내 업계 최초로 손익분기점(BEP)을 넘겨, 건강한 성장 모델을 증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좋은 물류 서비스란 결국 소비자가 원하는 시점에 예측 가능하게 받는 겁니다. 쿠팡이 성공한 이유도 속도가 아니라 '예측할 수 있는 신뢰'였어요. 체인로지스는 그 신뢰를 더 빠르고, 더 건강한 방식으로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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