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이지혜 기자] 매년 가을이 되면 미림여고 졸업생으로 구성된 국내 유일 여성 관악단 ‘K.W.W.O’(Korea Women‘s Wind Orchestra)의 정기연주회가 열린다. 1984년 서울 관악구 미림여고 대강당에서 초연한 이래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 행사는 또한 관악단 단원은 물론이고 재학생이 모두 함께 즐기는 축제다.
그 이유는 재학생 역시 1학년 때 전원이 저마다 관악기를 한 가지씩 익히는데, 이때 사용하는 악기가 바로 눈 앞에 연주하는 K.W.W.O 선배들의 손을 거친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는 만큼 즐긴다’고 직접 악기를 익힌 이들에게 뛰어난 기량을 가진 프로가 선보이는 클래식 콘서트 관람의 감동은 남다르다.
백경미 미림여고 교장은 “K.W.W.O는 김기병 미림학원 이사장이 지난 1983년에 청소년 시절에 예술적인 문화적인 소양을 길러야 한다는 신념으로 미림콘서트밴드를 창설하며 시작됐다”며 처음엔 이 밴드 멤버들이 공연을 가졌는데, 후에 음대에 진학하고 음악가가 된 이들이 늘어나면서 100여명 규모의 졸업생 연주회로 발전했다”고 소개했다.
이러한 학풍을 가진 미림여고는 백 교장이 28년째 몸담아 온 곳이다. 1997년 평교사로 교단에 선 이래 지난 2024년 교장이 됐다. 지도 과목은 지리다.
그는 “저 역시 새내기 교사로 시작해 미림여고와 오랫동안 함께 성장해 올 수 있었던 것은 보람을 느낄 수 있는 학풍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지역사회에서 미림여고는 ‘선생님들이 열정적이다’, ‘선생님들이 학생들과 관계가 좋다’고 평판이 자자한데 우리 학교의 제일 큰 자랑”이라며 환하게 미소지었다.
그러면서 “이른바 ‘강남 3구’ 고교와 비교해도 그렇고 지역적으로 경제적으로 열악한 곳이지만 지난 40여년 동안 명문사학으로 지금도 여전히 지역사회에서 가장 가고 싶은 학교, 선망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학교에 대한 자부심은 이뿐 아니었다. 지난 2021년 서울 소재 일반고 진학율 1위를 달성한 것을 비롯해 꾸준히 상위를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학교 차원에서 학생에게 공부를 스파르타식으로 많이 시키는 편인가. 아니다. 또한 미림에는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고등학교에서 흔히 떠올리는 우열반이나 심화반도 없다.
백 교장은 “안 그래도 1학년 학부모들 가운데 자녀가 공부를 잘하면 ‘심화반이 있는가?’하고 문의가 온다”며 “하지만 미림은 그런 게 없고, 자습실도 성적으로 배정하는 게 아니라 월화수목금 중에 가장 많이 남아서 공부하는 학생에게 좋은 자리를 배정해준다”고 했다.
이어 “졸업 후 사회에 나가면 차별받을 일이 너무 많은데 학교에서만큼 하고 싶지 않다”며 “미림에서 3년을 보내면서 용기와 도전 정신을 길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의 견문을 넓혀주자는 차원에서 일본 지벤학원과 교류를 비롯해, 매년 수차례 대학교수 초청 특강 등도 마련하고 있다.
백경미 교장은 “지벤학원 학생과 실제로 만나서 이야기하고 접하면 편견도 완화되고 자신 안의 세상이 더 넓어지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대학교수 특강은 다수 학생들이 관심을 갖는 분야에 대해 설명도 듣고 꿈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기획한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EU(유럽연합) 대사 초청 특강도 학생에게도 좋은 기회로 꼽았다. 일방적으로 대사의 강연을 청취하기만 하지 않고, 강연 전에 학생이 직접 그 나라의 경제, 문화, 최근 이슈 소개 시간을 가져 이해를 보다 넓힌다. 또한 강연 후에는 여러 학생들과 영어 질의 응답시간을 1시간 이상 마련해 대사와 토론하기도 한다.
백 교장은 “학생들이 외교관을 직접 만나기 어려운데, EU 프로그램을 보다 적극 활용해 직접 이야기를 해본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특강을 온 외교관도 자신의 나라에 대해 학생들이 공부하고, 관심을 보여주니까 더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림에서 학생들이 되도록 많은 경험을 하고 큰 꿈을 키워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끌어가는 여성리더로 성장하길 응원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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