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日 증시... "ROE 개선 기업 수익성 핵심 요인"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코리아 디스카운트’ 탈출을 위한 정치권의 법안 발의가 쏟아지는 가운데 일본 증시가 역사상 최고 호황을 누리면서 일본 금융당국의 기업가치 제고 정책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수익성에 기반한 배당 및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을 핵심 요인으로 지목한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TSE) 주가 지수인 TOPIX(토픽스)는 외국인 순매수에 힘입어 지난 18일 사상 최고치(3121)를 경신했고, 이후에도 3,100대에서 공방을 벌이고 있다. 26일 T0PIX 지수는 3071.99이다. TSE에서 외국인들은 올들어 5조엔(약 47조원)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시장을 이끌고 있다.

일본 증시 호황과 외국인 자금의 유입은 TSE의 ‘상장기업 PBR(주가순자산비율) 개선 정책’의 성공에 힘입은 바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금융청(FSA)은 2014년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 2015년 기업지배구조 코드 제정 등 2013년 이후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이 기조를 따라 TSE는 2023년 1월 ‘TSE의 후속 협의회 조치’ 관련 문건을 발표했고 중장기 기업가치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자본비용과 주가를 의식한 경영 실천 촉구 △기업지배구조 질적 개선 △영문 공시 확대 △투자자와 소통 효율성 증진을 제시했다. 같은 해 3월 TSE는 ‘자본비용과 주가를 고려한 경영’의 실천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금융당국이 주도하는 자본시장 개혁에 일본 기업도 화답했다. 일본 기업들은 △주주환원 확대 △기업구조 개선 △성장분야 투자 확대 등을 실천했다.

국제금융센터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토픽스 기업의 자사주 매입규모는 전년대비 85% 급증한 18조7000억엔(약 176조2830억원)으로 역대 최고 금액과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 기업들은 올해 들어서도(올해 4월~8월 중순) 누적 10조5000억엔(약 98조9824억원)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배당 규모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배당 성향이 40% 미만인 토픽스 기업 비중은 2019년 63%→2024년 56%로 감소한 반면 60% 이상인 기업 비중은 같은 기간 16%에서 17%로 증가했다. 순이익 대비 총주주환원 비율은 57%이며 이는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면 최고치다.

또한 일본 기업들은 대형 기업을 중심으로 상장 자회사를 흡수합병하거나 상장 폐지, 전략적인 지분 축소,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등 지배구조를 개선했다. 토요타 그룹의 경우 토요타 인터스트리 상장을 폐지했고 일본 최대 통신사 NTT는 NTT데이터를 공개 매수, NEC와 후지쯔, 이온그룹 등 대기업들이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상장 폐지되거나 상장폐지 계획 중인 일본 기업은 올 들어 79개로 연간 기준으로는 지난해 상장폐지 기업 수(94개)를 초과할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경영진은 행동주의 펀드에 대해서는 주주로부터 주요 지분을 매수하는 방향으로 대응했다.

한편 일본 금융당국은 상장기준에 미달하는 상장기업에 대한 평가를 지속했다. 지난해 말 247개 상장 기업이 지난달 말 208개로 축소됐다. 이밖에도 정부는 △기업의 IR 활동 독려 △소액주주보호 △기업별 경영 이행을 위한 환경을 조성했다.

여기에 양호한 거시경제 흐름과 대미 관세 불확실성 완화라는 순풍을 타고 일본 증시는 우상향 추세를 지속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에도 일본 증시의 긍정적인 흐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핵심은 기업의 수익성 개선이다.

이은재 국제금융센터 자본유출입분석부 부전문위원은 “주요 IB들이 일본 기업들의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ROE(자기자본이익률) 등 수익선 개선의 실질적인 가시화가 밸류에이션 재평가의 핵심 요인으로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