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지난 6월 5일, 세종에서 열린 보디빌딩 대회. 짙은 태닝으로 구릿빛 근육을 뽐내는 선수들 사이, 유난히 시선을 사로잡는 한 참가자가 있었다.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맨피부로 무대에 오른 36살 김기원 씨. 그는 멜라닌 색소 기형증을 갖고 태어나 얼굴과 몸 곳곳에 수많은 점이 있다. 그 남다른 피부를 태닝으로 가리지 않고 당당하게 드러낸 것. 대회가 끝난 뒤 SNS에서는 그를 응원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건, 대회 후 그가 남긴 한마디였다.
"사랑하는 아들아. 너의 모습은 결코 틀린 게 아니야. 너의 점박이 아빠가."
- 기원 씨 SNS 게시글
두 아이의 아버지인 기원 씨. 그중 막내아들인 일곱 살 건영이는 아버지를 쏙 빼닮았다. 기원 씨처럼 생후 10개월 무렵부터 서서히 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원 씨와 분신처럼 닮은 건영이는 누구보다 아빠를 잘 따랐다. 그런 아들을 위해 기원 씨는 언제나 당당한 아버지가 되고 싶었다. 보디빌딩 대회에 오른 이유도 단 하나. 아들이 자신의 점을 부끄러워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점이 많은 모습이 특별할 수는 있어도,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님을 알려주고 싶었다.
"아이가 이제 저한테 얘기하더라고요. ‘아빠 사람들이 내 점을 보고 놀라’라고 해서. 고민이에요. 아이에게 어떻게 가르쳐줘야 하나."
- 기원 씨
보디빌딩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그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왜 아빠랑 나한테만 이런 점들이 있는지, 병원에서 치료받으면 되는 건지 묻기 시작한 일곱 살 아들에게 우리의 모습이 ‘틀린’ 게 아니라 ‘다른’것임을 어떻게 설명해 줘야 할까. 남다른 피부를 가진 기원 씨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절대 짧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고,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했다. 자기 아들은 결코 이런 고통을 겪게 하지 않기 위해, 기원 씨는 또 다른 도전을 앞두고 있다.
더 이상 숨지 않고 당당하게 빛나고 싶은 부자의 이야기는 22일 오후 8시 50분에 방송되는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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