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안 풀려도 이렇게까지 안 풀릴 수가 있을까. 'MVP' 김도영(KIA 타이거즈)이 올해만 세 번째 햄스트링 부상 위기에 처했다.
KIA는 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15차전 원정 맞대결에서 6-5로 승리, 지옥의 원정 12연전의 시작을 위닝시리즈로 장식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KIA 입장에서 웃을 수만은 없었던 경기였다.
KIA는 지난해 페넌트레이스는 물론 한국시리즈에서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통합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감독, 코칭스태프, 선수단, 프런트까지 모두 하나가 돼 만들어낸 성과였다. 그 중에서도 조금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 선수가 있다면, 김도영이었다. 지난해 김도영은 그야말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김도영은 지난해 30홈런-30도루 클럽에 가입하는 등 141경기에 출전해 189안타 38홈런 109타점 143득점 40도루 타율 0.347 OPS 1.067로 폭주했다. 홈런 두 개만 더 때려냈다면, 40-40 클럽까지도 노려볼 수 있을 정도로 어마무시한 한 해를 보냈다. 그 결과 김도영은 각종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쓸어담았고, 정규시즌 MVP 타이틀까지 손에 넣으며, KBO리그 최고의 타자로 우뚝섰다.
지난해 너무나 좋은 활약을 펼쳤던 만큼 올해 김도영에 대한 기대감은 매우 컸다. 특히 미국 스프링캠프 당시에는 오타니 쇼헤이와 김혜성(이상 LA 다저스)의 에이전트로 잘 알려져 있는 CAA 스포츠의 네즈 발레로가 김도영과 직접 만나기 위해 KIA 훈련지를 방문할 정도였다. 그런데 올해는 안 풀려도 너무 안 풀리는 모양새다.


김도영은 정규시즌 개막전부터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다. 3월 22일 NC 다이노스전에서 주루플레이 과정에서 왼쪽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게 된 것. 이로 인해 김도영은 약 한 달의 공백기를 가졌다. 2년 연속 '대권'에 도전하는 KIA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날벼락이이었다. 그래도 착실한 재활을 통해 4월 하순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온 김도영은 5월에만 6개의 홈런을 터뜨리는 등 다시 작년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성큼성큼 나아갔다.
그런데 또 악재가 들이닥쳤다. 지난 5월 27일 키움 히어로즈전를 상대로 도루를 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김도영이 햄스트링을 다치게 된 것이다. 이번엔 왼쪽이 아닌 오른쪽 햄스트링이었다. 'MVP'가 두 번이나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하게 되자, KIA의 신경은 곤두설 수밖에 없었다. 이에 KIA는 김도영이 절대 무리해서 복귀하지 않도록 많은 시간을 제공했고, 지난 2일에서야 다시 1군 무대로 돌아왔다.
이범호 감독은 5일 김도영에 대한 질문에 "몸은 거의 완벽하다. 이제부터는 계속 출전을 시켜야 할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이닝 제한'에 대한 물음엔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불편한 점이 있다면 교체를 해줄 순 있는데, 그게 아니라면 모든 것을 소화하고 왔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리고 김도영은 5~6일 경기를 무사히 잘 소화했는데, 7일 또 탈이 났다.
이날 김도영은 첫 타석에서 롯데 선발 이민석을 상대로 볼넷으로 출루한 뒤 득점을 만들어내고, 두 번째 타석에서 복귀 후 첫 안타까지 신고했다. 그런데 5회말 무사 3루에서 롯데 윤동희가 친 빗맞은 타구를 제대로 포구하지 못하면서 실책을 범했는데, 이 과정에서 김도영이 다시 허벅지를 부여잡았다. 어떻게든 타자 주자를 잡아내기 위해 서두르는 과정에서 햄스트링에 통증이 재발한 것처럼 보였다.

실책 직후 허벅지를 잡은 김도영은 결국 경기를 끝까지 소화하지 못하고, 박민으로 교체됐다. 이후 KIA 관계자는 "김도영은 왼쪽 햄스트링 뭉침 증세로 교체됐다. 본인이 불안함을 이야기해서 교체가 됐다"며 "아이싱 치료 중이며, 경과를 지켜본 뒤 병원 검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KIA는 6-5로 승리하며 위닝시리즈를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김도영의 햄스트링 부상 재발 가능성에 마냥 웃지 못했다.
7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KIA는 102경기를 소화했다. 페넌트레이스 일정 종료까지 42경기 만을 남겨두게 된 셈. 이는 기간적으로 봤을 때 약 한 달 반에 해당된다. 햄스트링 부상의 경우 매우 경미한 부상이라도 4주 정도의 회복 기간이 필요하다. 아직 김도영에 대한 업데이트된 소식이 전해지진 않았지만, 만약 또다시 부상이 재발하면서, 공백기를 갖게 된다면, 이제는 시즌아웃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
단순 뭉침 증세라고 하더라도 KIA 입장에서는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언제 어느 시점에 상태가 악화될지 모르는 까닭이다. KIA는 이렇게 부상이 재발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두 번째 햄스트링 부상 당시 김도영에게 많은 시간을 제공했었다. 그런데 또 허벅지가 말썽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이는 상황. KIA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기 직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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