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투수로 큰 진전 있었던 날"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는 7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홈 맞대결에 선발투수, 1번 타자로 출격했다.
이날 오타니는 투수로 최고 101.1마일(약 162.7km)의 초강속구를 뿌리는 등 4이닝 동안 투구수 54구, 2피안타 무사사구 8탈삼진 1실점(1자책)을 기록했고, 타석에서도 시즌 39호 홈런을 폭발시키는 등 3타수 1안타(1홈런) 2타점 1득점 1볼넷으로 펄펄 날아올랐다. 이런 활약이 다저스의 승리와 연결되지 않았다는 점이 유일한 흠이었다.
직전 등판에서 엉덩이 경련 증세를 겪으며 자진해서 마운드를 내려왔던 오타니는 몸 상태에 큰 문제가 없었던 만큼 예정대로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1회부터 브랜든 도노반-이반 에레라-알렉 버럴슨으로 이어지는 상위 타선을 삼자범퇴로 묶어내며 경기를 시작했다. 이어 2회에는 라스 눗바-메이신 윈-놀란 고먼을 상대로 두 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이닝을 매듭지었다.
첫 실점은 3회. 선두타자 조던 워커에게 안타를 맞은 뒤 도루까지 내주면서 만들어진 2사 3루에서 도노반에게 기습번트 안타를 허용, 선취점을 내줬다. 이에 오타니가 분노를 타석에서 풀었다. 3회말 1사 3루 찬스에서 세인트루이스 선발 매튜 리베라토어의 3구째 싱커를 통타했고, 무려 109.5마일(약 176.2km)의 속도로 뻗은 타구는 그대로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투런홈런을 이어졌다.
이 홈런은 오타니 개인적에게 의미가 큰 한 방이었다. 바로 메이저리그 통산 1000안타가 완성되는 순간이었기 때문. 흐름을 탄 오타니는 예정됐던 4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버럴슨-눗바-윈으로 연결되는 세인트루이 타선을 상대로 'KKK' 이닝을 만들어내며 마운드에 임무를 다한 뒤 교체됐다. 다만 이후 타석에서는 추가 안타를 생산하진 못하면서, 4이닝 8탈삼진 1실점(1자책)-3타수 1안타(1홈런) 2타점 1득점 1볼넷으로 경기를 마쳤다.


'이도류'로 출격한 만큼 오타니는 이날 많은 기록들을 탄생시켰다. 'MLB.com'의 사라 랭스에 따르면 오타니는 115경기 만에 39개의 홈런을 터뜨리면서, 지난 1955년 듀크 스나이더를 제치고 무려 70년 만에 다저스 구단 신기록을 작성했다. 그리고 'ESPN'에 의하면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역대 7번째 1000안타-500탈삼진을 기록한 선수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옵타 스탯(Opta STATS)'에 따르면 1920년 타점이 공식적으로 집계된 이후 오타니는 역대 최초로 8개의 삼진을 잡아내고, 홈런을 때려냈고, 타점이 실점보다 많고, 자신이 얻은 볼넷이 내준 사사구보다 많은 선수가 되기도 했다.
이런 오타니의 활약에 미국 '스포츠넷 LA'에서 다저스 경기의 해설을 맡고 있는 메이저리그 통산 '204승'의 레전드 오렐 허샤이저는 "오타니는 혼자서 비틀즈처럼 활약하고 있다. 그가 끌어들이는 관중과 주목도는 정말 대단하다"며 "비틀즈가 투구를 할 수 있었나? 못했죠?"라며 오타니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팀 승리와 연이 닿진 않았지만, 이날 오타니는 투구에서 매우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일본 '풀카운트'에 따르면 오타니는 "홈런을 친 타석은 좋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번트로 안타를 내준 것은 아쉬웠다. 조금 더 즉각적인 판단, 타자의 자세를 보고 과감하게 던졌어야 했다"면서도 "오늘 4이닝을 확실하게 던졌다는 게 가장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4이닝을 투구할 예정이었으나, 엉덩이 경련으로 3이닝 만에 교체됐던 것을 4이닝 투구라고 가정한다면, 오타니는 이제 다음 등판부터는 5이닝을 던질 수 있다. 하지만 수치적으로 4이닝을 던진 것은 한 차례에 불과하기에 다음 등판에서 오타니가 얼마나 많은 이닝을 소화할지는 미지수. 그런데 오타니가 욕심을 드러냈다.
오타니는 "오늘은 특히 투수로서 큰 진전이 있었던 날이다. 전체적인 제구도 괜찮았다. 직구도 좋았지만, 그 이상으로 변화구, 특히 슬라이더나 커브를 잘 활용할 수 있었다"며 "다음 등판부터는 이닝을 더 늘려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는 오타니가 이제는 본격 이닝 제한에서 벗어나, 첫 승을 노리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만약 다음 등판부터 5이닝을 소화할 수 있다면, 오타니는 지난 2023년 8월 10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맞대결 이후 처음으로 승리를 기대해 볼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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