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 고유의 본질적 가치인 감성, 사랑, 존경, 친구, 가족, 맥락, 의지, 비전 등은 결코 대체될 수 없습니다.”
김효택 자라나는씨앗 대표는 제57회 광주과학기술원(GIST) 아카데미 조찬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기능인이 아니라, 질문하고 성찰할 줄 아는 인간”이라며 인문학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공지능이 일상을 바꾸는 시대, 인문학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오랫동안 취업이나 학업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면받던 인문학이 오히려 기술의 진보 속에서 더욱 빛나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전국의 도서관들도 철학, 역사, 예술 등 다양한 인문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시민들의 사유력과 성찰력을 기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경기도 군포시 중앙도서관은 8월부터 연말까지 인문 강연 시리즈 ‘인문숲’을 진행한다. 오전과 저녁 시간대로 나뉘어 총 6개의 강좌가 도서관 상생실에서 열린다. 프로그램은 철학자 칸트의 사상부터 중동 지역 정세, 유럽 미술사, 동양 사상까지 폭넓은 주제를 아우른다.
8월 강지은 교수의 ‘칸트를 만나는 시간’을 시작으로, 9월에는 우응순 인문학자의 ‘동양사상의 주제들’과 김태진 작가의 ‘아트인문학 유럽문화기행’, 10월에는 박영대 인문학자의 ‘<숲은 생각한다> 읽기’와 박현도 교수의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중동문제’, 11월에는 김선아 인문학자의 ‘역사에서 지혜를 배우다’가 예정돼 있다. 회차별로 선착순 모집하며 접수는 군포시도서관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강의 시작 약 3주 전부터 신청할 수 있다.
윤주헌 중앙도서관장은 “‘중앙도서관 인문숲’이 삶의 깊이를 더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서울 서초구립양재도서관은 ‘질문하는 인간, 대답하는 AI’를 주제로 인문학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전국 최초 AI 특구로 지정된 양재동의 지역 특성을 반영해, 인공지능을 둘러싼 철학적 질문을 탐색하는 과정으로 구성된다. AI 관련 도서를 읽고 다섯 가지 핵심 질문을 던진 뒤, AI 전문가의 특별 강연, 관련 기관 탐방, 독서 토론을 통해 그 해답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강은경 서초문화재단 대표이사는 “도서관이 AI에 대한 열린 태도와 긍정적 이해를 바탕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지식 기반 플랫폼이 되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아름동도서관은 성찰과 토론 중심의 심화 인문학 프로그램 ‘지혜학교’를 운영한다. 주제는 ‘화이부동(和而不同)’으로, 동서양 철학자들의 사상을 통해 다양성과 공존의 철학을 고찰한다. 강의는 8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되며, 충남대학교 서원혁 교수가 강연자로 나선다. 공자의 사상을 중심으로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대 사회에서 공동체 유지와 성숙한 공존의 해법을 함께 고민할 예정이다. 신청은 아름동도서관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세종시립도서관 관계자는 “이번 프로그램이 시민의 인문학적 수요를 충족시키고, 인문학의 사회적 가치를 널리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경상북도 청도군은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체험형 인문학 행사 ‘구석구석 문화배달’을 진행했다. 지난 3일 청도어린이도서관에서 진행된 이번 행사는 문화예술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보물찾기, 바람개비 만들기, 전통놀이, 타악기 체험 등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활동과 함께, 음악과 마술이 어우러진 공연 ‘마법글자 한글! 뮤직&매직밴드’도 열렸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시대, 오히려 우리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더 깊이 고민하게 된다. 감정, 사유, 관계,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처럼 기계가 따라올 수 없는 일은 여전히 남아 있다. 도서관에서 열리는 인문학 프로그램은 그 본질을 되묻는 질문의 장이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지금, 질문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거기서 인간다움의 의미를 다시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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