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윤진웅 기자] 미국의 반도체 품목 관세 발표 예고에 따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앞서 25% 고율 관세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 업계의 2분기 실적 급락 사례가 긴장 수위를 끌어올렸다.
한국 정부가 막판 협상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무역협상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기대감은 낮은 상태다. 관세 충격을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27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무역협상 타결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반도체 관세를 "2주 후에 발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특히 품목별 관세 적용 방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관세가 부과될 경우 원가 부담, 가격 상승 압박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미국 내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AI) 인프라에 고사양 메모리를 공급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검토 중인 모든 조사 대상이 관세에 포함될 경우 반도체 제조업체뿐 아니라 △삼성전기 △LG이노텍 △SK실트론 등 부품·장비업계도 관세폭탄 사정권이다.
이미 관세 충격이 현실화한 자동차 업계의 사례가 반도체 업계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부터 수입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했고, 5월부터 자동차 부품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이에 따른 현대차·기아의 올해 2분기 합산 매출은 77조6363억원, 합산 영업이익은 6조36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7.0%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9.6% 감소했다. 양사 영업이익 손실은 1조6000억원을 웃돌 정도로 관세 파급력은 엄청났다.
다만 반도체 산업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기술 우위에 있고 자동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 강도가 낮은 만큼 영향이 제한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AI 산업 확장이라는 시대적 흐름 속 국내 반도체가 핵심 공급망 역할을 하는 점을 미국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기업도 결국 반도체를 비싸게 사야 하므로 미국에도 크게 득이 되지 않는다"며 "자동차처럼 25% 고율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한미간 무역협상을 타결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영국 스코틀랜드를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수행 중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협상을 벌였다.
다만 현재 미국과의 무역협상 환경은 한국에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보다 대미 무역 규모가 큰 일본·EU가 잇따라 미국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고 자국의 시장을 개방하면서 기존(일본 25%, EU 30%)보다 낮은 15%의 관세율로 협상을 타결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과 EU가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에 대해서도 15% 관세를 일괄 적용받기로 한 점은 한국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는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면담한다. 그간 이어져 온 양국간 통상논의를 막바지 조율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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