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부산 김진성 기자] “감독님 눈빛만 봐도 ‘잘 준비하고 있어라’와 같은 눈빛…”
롯데 자이언츠 우완 윤성빈(26)은 2017년 1차지명자다. 그러나 그동안 잔부상도 많았고, 포텐셜도 터지지 않았다. 구단은 헤외로 유학도 보냈고, 국내에서 특별 관리도 시켰다. 이 방법 저 방법 다 써봤으나 결과물이 안 나오니 미칠 지경이었다.

잠재력만 터지면 롯데 선발진을 넘어 팀의 역사를 바꿀 수도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롯데 사람들과 팬들의 마음을 오랫동안 괴롭혔다. 본인 역시 잘하고 싶은 마음이 왜 없으랴. 올해도 그렇게 1군에서 잊힐 법하던 윤성빈이, 26일 부산 KIA 타이거즈전서 오랜만에 마운드를 밟았다.
김태형 감독은 경기 전 윤성빈의 등판 타이밍을 잡기 어렵다고 했다. 추격조인데, 롯데가 후반기 들어 연일 타이트한 승부를 하니 내보내기 어렵다는 얘기. 그런데 26일 경기서 9-4로 이겼고, 9회에 윤성빈을 기용할 타이밍이 찾아왔다.
6월27일 KT 위즈전 이후 약 1개월만의 등판. 윤성빈은 선두타자 박찬호에게 초구 155km 포심패스트볼을 뿌렸다. 박찬호를 사구로 내보냈으나 156km까지 나왔다. 패트릭 위즈덤에겐 풀카운트 끝 155km 포심으로 중견수 뜬공을 유도했다. 이때 박찬호가 타구 판단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 1루에서 횡사하며 순식간에 2OUT.
윤성빈은 타격장인 최형우를 역시 156km 포심으로 2루 땅볼로 처리, 경기를 마무리했다. 13개의 공 중 12개가 패스트볼이었고, 슬라이더가 딱 1개였다. 윤성빈도 부담 없이 1군 마운드의 냄새를 오랜만에 맡았고, 롯데 팬들도 오랜만에 윤성빈의 투구를 편안하게 감상했다.
6경기서 1승1패 평균자책점 17.36.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당분간 추격조에서 계속 기회를 엿보고, 기회가 오면 최선을 다하는 투구로 어필해야 할 듯하다. 현재 롯데 1군 필승조에는 홍민기라는 왼손 파이어볼러가 등장해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윤성빈은 당연히 후발주자다. 선발진에도 윤성빈을 위한 자리는 없다.
윤성빈은 “마음만 먹으면 160km도 기대해볼 만하다. 원하는 곳에 다 던질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준비를 했다. 감독님이 따로 말하지 않아도, 눈빛만 봐도 ‘잘 준비하고 있어라’와도 같은 눈빛이라서, 잘 준비하고 있었다”라고 했다.
2군에서 세트포지션을 집중적으로 다듬었다. 1군 투수가 와인드업만으로 살아남을 수 없고, 윤성빈은 그동안 세트포지션에서의 일관성, 주자 홀딩 능력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윤성빈은 “(퀵모션이)느리다고 생각은 했는데 옛날에 안 좋았을 때 수준은 아니다. 2군에서 김상진 코치님과 다듬었다. 주자 없을 때도 세트포지션으로 던지고 그랬다”라고 했다.
이제 윤성빈은 “좀 더 편하게 던질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위즈덤을 상대할 땐 팔이 늦게 넘어오는 게 느껴져서 오히려 세트로 간결하게 던지니까 좋았다. 타자가 누구든 내가 내 공을 똑바로 던지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마인드 컨트롤도 중요하다. 윤성빈은 “전준우 선배님이 ‘내가 할 것만 딱 생각하면 된다. 뭘 해야 하는지만 생각하고 자신에게 집중하면 된다’고 했다. 지금 1군에 있는 선수들 중에서 2군에서 같이 있던 선수가 많아서 편안하다”라고 했다.

윤성빈은 8년간 잠재력이 터지지 않았다. 본인에게 가장 답답한 시간이었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1군에 등록된지 9일만에 1군 복귀전을 가졌다. 8년도 버티고 달려왔는데 9일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롯데 마운드의 마지막 비밀병기다. 윤성빈이 지금 어느 정도 역할만 해줘도 롯데로선 보너스로 여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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