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전상현, 조상우, 정해영 앞이 좀 허전하다면…
KIA 타이거즈 부동의 필승계투조 라인이자 메인 셋업맨들과 마무리다. 7회 전상현, 8회 조상우, 9회 정해영 공식은 불펜 운영의 기본 뼈대다. 그러나 늘 이들만으로 경기를 이길 순 없다. 때론 다른 투수들의 도움도 필요하다. 20일 광주 NC 다이노스전의 경우 어차피 선발투수 이의라가 긴 이닝을 던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애당초 올해 전상현~조상우~정해영 앞을 책임질 수 있는 선수로 베테랑 사이드암 임기영과 좌완 스리쿼터 곽도규가 꼽혔다. 사실 최지민이 전상현, 조상우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무게감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한 것도 사실이다.
현 시점에서 이는 어긋났다. 곽도규는 토미 존 수술로 조기에 시즌을 접었다. 임기영은 투구 폼을 바꿨으나 2년 연속 부진에 시달린다. 최지민은 작년보다 낫지만, 제구 기복이 심하다. 올해 전상현, 조상우, 정해영의 이닝 수가 적지 않은 건 이들을 도와줄 확실한 투수들이 작년보다 빈약한 탓도 있다. 작년보다 불펜 운용의 폭이나 짜임새가 약간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인간세상에서 죽으란 법은 없다. 뉴 페이스들이 튀어나왔다. 10라운드의 기적 성영탁이다. 1군 데뷔와 함께 17⅓이닝 연속 무실점하며 조계현(13⅔이닝)을 넘어 데뷔 후 구단 최다이닝 연속 무실점 신기록을 세웠다. 리그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김인범(키움 히어로즈, 19⅔이닝)과 조용준(18이닝)에 이어 3위다.
무실점 기록이 끊긴 뒤에도 준수한 페이스다. 22경기서 1승1홀드 평균자책점 0.66이다. 피안타율 0.179, WHIP 0.91이다. 투심 구속은 140km대 초반인데 슬라이더와 커터가 상당히 날카롭다. 본인의 말로는 슬라이더 그립을 쥐고 세게 던지면 커터와 비슷하다고 하는데, 커터의 낙차가 보통의 그것보다 크다는 평가다.
공격적인 피칭, 스트라이크를 많이 넣는 피칭을 한다. 볼이 빠르지 않아도 자신감 넘치는 투구가 최대 장점이다. 딱 필승조 타입이다. 여기에 2군에선 선발 수업을 받았기 때문에 멀티이닝도 가능하다. 그동안 이범호 감독은 최대한 성영탁에게 부담을 주지 않았다. 이제 데뷔 2년차, 정식 1년차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46⅓이닝의 전상현, 45⅓이닝의 정해영, 40⅔이닝의 조상우를 돕는 역할로 성영탁만한 선수가 없다. 이젠 필승조로 승격하는 게 맞다. 실제 20일 광주 NC 다이노스전 투입 시기와 역할은 딱 필승조였다.
2-2 동점이던 5회초에 마운드에 올라와 2이닝을 삼진 1개를 섞어 무실점으로 가볍게 정리했다. 투구수는 단 21개였다. 심지어 볼은 단 4개였다. 홈런을 맞을지 언정 공격적인 투구로 아웃카운트를 빨리 빨리 올리는 스타일. 수년째 잘 나가는 베테랑 노경은(SSG 랜더스)이나 김진성(LG 트윈스)이 딱 그렇다.

이범호 감독은 애당초 우완 김건국에게도 이런 역할을 맡기려고 했다. 그러나 아담 올러의 복귀가 8월로 미뤄지면서, 김건국은 당분간 선발투수로 나가야 한다. 이밖에 2라운더 신인 이호민도 지켜볼 만하다. 성영탁처럼 볼은 빠르지 않아도 경기운영능력이 좋은 스타일이다. 전형적인 선발 타입이지만, 이의리가 복귀한 마당에 1군에서 선발 한 자리를 꿰차긴 어렵다. 그렇다면 성영탁과 이호민이 필승조로 커주는 것도 KIA 마운드에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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