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준규의 ESG 인사이트 56] 친환경 에너지 시대, SMR 필요악인가 해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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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경영컨설턴트 심준규] 새 정부가 'AI(인공지능) 기본사회' 구축과 '경제·산업 성장'을 위한 에너지 확충 전략으로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조화롭게 결합한 새로운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현실에서, SMR(소형모듈원전)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친환경 에너지와 원자력의 차이에 대해 헷갈려한다. 태양광과 풍력은 자연의 힘으로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반면, 원자력은 발전 과정에서는 온실가스가 나오지 않지만 방사성 폐기물이 발생한다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그런데 소형원자로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이 없어 기후변화 대응에는 둘 다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다.

소형원자로를 쉽게 설명하자면 기존 원전보다 훨씬 작은 규모의 발전소라고 생각하면 된다. 발전량으로 비교해보면 대형 원전이 100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면, 소형원자로는 5만에서 30만 가구 정도를 담당하게 된다. 마치 여러 개의 레고 블록을 연결해서 필요한 만큼 전력을 생산하는 모듈 방식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소형원자로가 주목받고 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재생에너지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태양광은 밤에는 발전할 수 없고, 풍력은 바람이 없을 때는 전기를 만들 수 없어서 항상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제조업 비중이 높고 인구 밀도가 큰 나라에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곧 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다.

여기에 전력 요금 문제까지 고려하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재생에너지만으로 전력을 공급하려면 날씨가 좋지 않을 때를 대비해서 대용량 저장 장치나 백업 발전소가 반드시 필요한데, 이런 시설의 비용이 모두 전기요금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상풍력 발전단가가 kWh당 250-275원인 반면, 원자력은 56원 수준으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결국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일수록 전기요금 상승은 불가피하며, 기업들의 생산비 증가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 AI와 데이터센터 시대가 열리면서 이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챗GPT 같은 AI 서비스 하나가 구글 검색의 10배 전력을 소비한다고 하니, 안정적이면서도 경제적인 전력 공급 없이는 디지털 혁신도 경제성장도 기대하기 어렵겠다.

물론 소형원자로 도입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아무리 안전하다고 하더라도 원자력 기술인 만큼 국민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기억이 생생한 상황에서는 충분한 설명과 공론화 과정 없이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단순히 기술적 완성도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신뢰와 수용성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경제성 측면에서도 고려할 점들이 있다. 소형원자로는 규모가 작아서 운영비가 대형 원전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드는 구조다. 대형 원전의 운영 인력비가 총 발전비용의 6%인 반면, 소형원자로는 83%까지 올라간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에너지 저장장치나 백업 전원의 추가 비용까지 고려하면 오히려 경쟁력이 개선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더욱 중요한 건 우리나라 규제 체계가 아직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 원자력 관련 법규는 모두 대형 원전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소형원자로에는 적합하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이미 소형원자로 특성에 맞게 비상계획구역을 기존 16km에서 230m로 대폭 줄여서 도시 근처 설치를 허용했지만, 우리는 아직 관련 기준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기술 격차 문제도 있다. 우리나라는 소형원자로 연구를 늦게 시작해서 미국이나 중국 같은 선진국들과 상당한 기술 격차가 있는 상황이다. 이들 국가들이 이미 소형원자로 전략 육성에 집중하고 있어서 우리의 대응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기술 종속을 피하고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기술 개발 역량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형원자로는 우리나라 에너지 전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겠다. 가장 큰 장점은 산업단지나 대도시 근처에 설치해서 송전 손실을 줄이고 전력 공급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국제적으로도 소형원자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 수출 산업으로서 가능성도 매우 크다.

다행히 성공적인 도입을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회에서는 이미 초당적 지지로 소형원자로 특별법 발의가 추진되고 있어서 법적 기반 마련에 대한 기대가 높다. 이 특별법에는 소형원자로 산업발전 기금 설치, 진흥특구 지정, 수출 촉진을 위한 특례 규정 등이 포함되어 체계적인 지원 체계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결국 핵심은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대립적으로 보지 말고 상호 보완적 관계로 인식하는 데 있다. 재생에너지를 최대한 확대하되, 안정성과 경제성을 고려해서 부족한 부분을 소형원자로로 채우는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원전과 재생에너지 등 에너지원들의 조화로운 구성을 통해 전력 수급 안정화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소형원자로는 친환경 에너지 시대의 '필요악'이 아니라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다만 그 전제는 철저한 안전 검증과 사회적 합의,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제도 정비가 선행되어야 한다.

국회의 초당적 특별법 발의와 정부의 새로운 정책 방향이 시너지를 발휘할 때 비로소 진정한 에너지 전환이 가능하겠다. 친환경 에너지와 소형원자로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 바로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다.

|심준규. 더솔루션컴퍼니비 대표. <그린북>, <실천으로 완성하는 ESG 전략> 저자. 기업의 ESG 역량 강화 프로그램 개발과 ESG경영컨설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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