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족쇄 풀린 이재용, 경영 전면에…‘뉴삼성’ 속도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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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로 귀국하고 있다. / 뉴시스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020년부터 치러온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법정 공방이 마무리되면서 ‘뉴삼성’ 프로젝트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대법원에 따르면 이 회장은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에 대해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처리 과정에 부정이 있었다는 검찰 공소사실에 대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원심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로 인해 이 회장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10년간 지속된 ‘사법 족쇄’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됐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대법원 판단과 관련해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됐다”며 “5년에 걸친 충실한 심리를 통해 현명하게 판단해 주신 법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다만 이 회장이 재판을 받는 동안 성장 속도가 더뎠던 삼성은 상당한 난제에 맞닥뜨린 상황이다. 그 중 시급한 과제는 고대역폭메모리(HBM)다. 본래 선두였던 삼성이 SK하이닉스에게 추격을 허용했고, 글로벌 최대 인공지능(AI) 칩 회사인 엔비디아의 공급 테스트도 여전히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파운드리 사업까지 수년째 적자를 내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은 파운드리 부문 부진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94% 급감한 4조6000억원에 그쳤다. 경쟁사인 대만 TSMC와 점유율 격차도 커졌다. 지난 2021년 38%였던 점유율 차이는 올해 약 60%까지 벌어지며, 4년 만에 1.5배 가까이 확대됐다.

미국의 관세 압박도 변수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8월 1일부터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반도체도 이르면 이달 말부터 발효하겠다고 공언했다. 만일 기한 내 한미협상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면 삼성전자 수익성 악화는 더 커질수 밖에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월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된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등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마이데일리 DB

업계에서는 삼성이 현재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신성장 동력은 물론 시장 주도권을 움켜쥘 만한 ‘빅딜’이 있어야 한다고 진단한다.

삼성은 지난 2017년 9조3000억원 규모의 하만 인수 이후 주목할만 한 인수합병(M&A)이 없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1조원 안팎의 M&A에 나서며 외연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에 인수한 미국 AI 스타트업 ‘젤스’부터 △소니오(의료기술) △옥스퍼드 시멘틱 테크놀로지스(AI) △레인보우로보틱스(로봇) △플랙트(공조) △마시모(오디오) 등이 대표적이다.

이 회장도 전 세계 주요 인사들과의 연쇄 회동을 통해 글로벌 경영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나 AI 투자를 논의했다. 이후 3월에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만과의 만남을 가졌다.

직전에는 글로벌 재계 거물들의 사교 모임인 ‘선밸리 콘퍼런스’ 행사에 우리나라 기업인 중 유일하게 초청받아 참석했다. 이 회장은 콘퍼런스 행사에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팀 쿡 애플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등 글로벌 빅테크 큰손들과 사업 협력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내부의 조직 개편도 주목받는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오는 23일 정례회의에서 컨트롤타워 재건 등 경영 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해체됐던 미래전략실 부활도 점쳐지고 있는 등 삼성 컨트롤타워 재건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또 지난 2019년에 등기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이 회장이 다시금 등기이사에 복귀할 가능성도 있다. 이 회장은 국내 5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한 미등기 임원으로, 준감위는 수차례에 걸쳐 그의 등기이사 복귀를 권고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이 회장의 빠른 의사결정이 앞으로의 삼성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4일 이 회장은 선밸리 콘퍼런스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며 만난 취재진에게 하반기 실적에 대해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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