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많은 욕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JTBC '최강야구' 제작진은 지난달 30일 '바람의 아들'로 불리는 이종범 감독의 선임을 공식 발표했다. 프로그램을 향한 기대감은 클 수도 있지만, 시즌 중 예능 프로그램의 감독직을 맡기 위해 KT 위즈 코치직을 내려둔 것을 향한 시선은 곱지 않다.
'바람의 아들'이라는 최고의 수식어를 보유하고 있는 이종범 감독은 지난 1993년 해태 타이거즈의 1차 지명을 받으며 프로 커리어를 시작,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에서 뛰었던 시기를 제외하면 2011시즌까지 해태-KIA의 원클럽맨으로 활약하며, 16시즌 동안 1706경기에서 1797안타 194홈런 730타점 1100득점 510도루 타율 0.297 OPS 0.827라는 훌륭한 커리어를 남겼다.
현역 생화을 마친 뒤 이종범 감독은 한화 이글스에서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LG 트윈스를 거쳐 올 시즌부터 KT에 합류했다. 하지만 지난달 이종범 감독이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의 사령탑을 맡기 위해 시즌 중 KT의 코치직을 내려놓기로 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더 좋은 위치로 향하는 것에 대해선 응원을 받아 마땅했지만, 시기가 문제였다.
한창 치열한 순위권 싸움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예능 프로그램의 감독을 맡기 위해 팀을 떠나는 그림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너무나도 무책임하게 보이는 행보. 누가봐도 '코치'라는 직함보다는 '감독'으로 불리고 싶어서 KT를 떠나 '최강야구'로 향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모습에 시즌이 진행되는 가운데 오퍼를 최강야구의 제작진, 이를 받아들인 이종범 감독에게는 엄청난 비난·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밥 숟가락을 놓듯 코치직을 사퇴하고 예능 프로그램으로 떠나는 이종범 감독을 향해서는 다시는 야구계에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는 원색적인 비난까지 뒤따랐다. 이같은 충격적인 소식은 국내를 넘어 일본까지 전해지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최강야구 제작진과 이종범 감독이 지난달 30일 드디어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최강야구' 제작진은 30일 "한국 야구계의 전설 이종범 감독이 프로구단을 떠나는 힘든 결정을 내리면서 합류해 준 것에 감사하다"며 "저작권 침해 사태로 촉박하게 섭외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구단과 프로야구 팬들에게 불편감을 드려 송구하다. 한국 야구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하는 야구 콘텐트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종범 감독은 "6월 초 최강야구 담당 피디와 저녁을 먹게 되었다. 처음에는 최강야구를 준비하고 있는 줄도 몰랐다. 이야기 도중 새로운 최강야구의 감독 제안을 받았지만 현직 코치 신분이기 때문에 사양의 뜻을 표했다"면서도 "한국 야구의 흥행과 저변 확대, 은퇴 선수들의 재조명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취지의 프로그램에 새로운 역할로 참여하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종범 감독은 "야구 예능이 인기를 얻으면서 몇몇 후배들은 제 2의 전성기를 누리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후배들도 많다.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최강야구가 다시 뭉칠 수 있다면 더 많은 후배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 있고, 그 일에 나도 함께 도전하고 싶어 감독직을 수락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KBO리그에서 유망주들의 육성에 힘을 보태는 것보다는 은퇴 이후에 빛을 보지 못하는 후배들을 위해 KT를 떠났다고 볼 수밖에 없는 해명이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모든 행동에 비난·비판이 따를 것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종범 감독은 "내 결정이 팀의 공백을 비롯해 야구계의 이례적인 행보로 비난받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최강야구 감독직을 수락하면 많은 욕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고 재차 언급하며 "감독직 자체만을 원했다면 최강야구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최강야구를 살리는 것은 한국 야구의 붐을 더욱 크게 할 수 있다고 본다"고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런 궁색한 변명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욕을 먹을 걸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선택한 최강야구로의 이동. 어쩌면 KBO리그로 복귀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도 알고 있지 않았을까. 결국 선택에 대한 대가는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그 누구도 아닌 본인이 내린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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