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표 '주 4.5일제' 시대 올까…노동계 '환영', 재계 '난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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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4.5일제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주 4.5일 근무제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근로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상위권에 속하는 만큼 도입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한편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기업 경영 환경과 노사 관계가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근로시간만큼 소득도 낮아지기에 정부의 재정 지원 등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최근 국정기획위원회에 주 4.5일제 도입과 함께 근로시간제도 전면 개편 관련 계획이 포함된 업무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방안으로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4시간 줄이거나 연차휴가를 활성화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주무부처인 고용부는 주 4.5일제 달성을 위한 계획 수립에 나서고 있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제에서 주 48시간제로 4시간 단축해 주 48시간제로 개편하는 것이다.

현재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주당 근로시간은 법정근로 40시간, 연장근로 12시간으로 최대 52시간이다. 법 개정을 통해 주 5일(하루 8시간) 40시간인 법정 근로시간을 36시간으로 줄이거나 연장근로 시간을 12시간에서 8시간으로 줄이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또는 법을 바꾸지 않고 실제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는데 연차 휴가 활성화 등도 포함된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약대로 국내 연간 근로시간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717시간 이하로 낮추겠다는 것이 목표다.

정부는 주 4.5일 근무제 확산을 위한 입법 작업에도 나설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까지 '실근로시간 단축 지원법(가칭)'을 만들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 주 4.5일제를 뒷받침할 실근로시간 단축 지원법을 제정하고 내년에는 '공짜 노동'의 원인으로 지목받아온 포괄임금제 제한 입법도 살펴볼 예정이다. 주 4.5일제 도입 기업을 지원하는 법적 근거 마련과 함께 '퇴근 후 카톡 금지법', 유연근로 신청권 등 도입을 위한 입법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의 노동 정책 기조에 발맞춰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한 기업도 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는 다음달부터 '주4일제'를 전격 도입한다. 2021년부터 격주 금요일 휴무를 도입했던 카페24는 기존 월 2회 오프데이를 매주 금요일 휴무로 확대한다. 카페24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유튜브 쇼핑 전용 스토어 기능을 출시한 이후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는 추세다. 회사가 주4일 근무를 도입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금요일 휴무로 인해 다른 요일 근무시간이 늘어나거나 월급도 줄어들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왼쪽 네 번째)이 5월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선후보 초청 경제5단체장 간담회에 참석했다. /뉴시스

업계에서는 카페24의 주 4.5일제 도입 결정이 다른 기업으로도 번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노동계와 경영계는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경영계에서는 주 4.5일제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재계는 주 4.5일제 도입에 대해 생산성 저하, 업무몰입도 감소, 비용 증가 등을 우려한다. 앞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지난달 8일 경제단체들이 개최한 '대선 후보 초청 간담회' 자리에서 당시 후보 신분이었던 이 대통령에게 "주4.5일제는 노사 선택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고민해 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주4일제나 주 4.5일제를 선도적으로 도입하는 기업도 있겠지만 대체로는 부담을 느끼는 곳이 다수라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특히 1분기 국내총생산(GDP) 경제성장률은 -0.246%를 기록할 정도로 심각한 경기 침체 상황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임금 삭감 없는 고용시간 감축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동생산성 향상 없이 일률적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할 경우 기업 경쟁력이 더욱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과 경제단체가 주 4.5일 근무제 도입에서 우려하는 부분은 인건비다. 근로 시간이 줄면 기업은 생산력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 채용에 나서거나 기존 인력에 추가 근무 수당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부분이다. 또 노동시간을 단축하면 교대제로 24시간 사업장을 가동해야 하는 발전소와 제철∙제조업 분야 등 일부 업종은 추가 고용에 따른 생산 비용이 발생해 업계 부담이 전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법무법인 율촌은 4일 보고서를 통해 임금 손실 없는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선 생산성 향상이 우선돼야 주 45일제의 사회적 정착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을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동생산성은 시간당 51달러로 미국(83.6달러)·독일(83.3달러) 등 선진국보다 낮은 수준이다. 국내 노동생산성이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인 만큼 근로시간 단축에 앞서 노동생산성부터 끌어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4월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주4일제 도입 및 노동시간 단축 촉구 기자회견. /뉴시스

노동계는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노동계는 시간당 생산성 계산 방식의 한계를 지적하고 나섰다. 노동생산성 수치 계산방식이 국내총생산(GDP)을 총근로시간으로 나눈 결과이기 때문에 장시간 근로를 하는 한국의 구조상 생산성 수치가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생산성은 올라갈 것이라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명 정부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지명된 철도 기관사 출신 김영훈 후보자도 주 4.5일제 도입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며 힘을 더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노동 시간 단축은 디지털 전환과 저출생, 고령화 등 인구 변화, 노동력 변화 등 우리 앞에 닥친 위기를 돌파할 유력한 수단이라며 평범한 이웃들의 일할 권리를 보호하는 게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라는 입장이다.

주 4.5일제 도입과 관련해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 차이가 커지고 있는 만큼 본격적인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모두 들을 수 있는 사회적 대화의 장을 마련해 실행 계획을 추가로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까지 주 4.5일제 도입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해노사의 대화를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제가 어느 날 갑자기 긴급 재정명령으로 시행하지 않을까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렇게 할 수 없고 노사가 대화하고 준비해야 한다"면서 "누가 일방으로 정해서도 안 되고, 충분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새 정부가 주 4.5일제 실현을 '국정운영' 핵심 과제로 내세우고 노동 시장의 구조 재편에 속도를 올리고 있는 만큼 인건비 지원과 인센티브 등의 기업 차원의 지원 방안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주 4.5일제 제도화 여부와 추진 방식의 사회적 합의 마련은 새 정부가 풀어야 할 주요 과제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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