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 초등학교 5학년 아이를 키우고 있는 육아맘 A씨는 자녀의 휴대폰 사용 시간을 놓고 매일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고 있다. A씨는 "요즘 같은 시대에 스마트폰 사용을 아예 막을 수는 없지만 아이가 틈만 나면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으니 속상할 따름"이라며 "좋아하는 영상이나 웹툰에 한번 빠져들기 시작하면 함께 정한 규칙도 소용이 없어지더라. 참다못해 잔소리를 하면 아이도 나름대로 항변을 하느라 서로 실랑이를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결국은 서로 기분이 안 좋은 상태로 하루를 마무리하게 된다"고 말했다.
청소년기 자녀가 있는 집집마다 아이의 스마트폰·인터넷 사용 시간을 놓고 열띤 설전이 오간다. 디지털 기기를 적절하게 사용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과 휴대폰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싶은 자녀의 마음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부모는 아이가 휴대폰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애가 탄다. 쉬지 않고 울려대는 메신저의 알림음에 도파민 중독을 유발할 것 같은 숏폼 영상, 한 번 시작하면 끝나지 않는 게임, 불안한 요소가 많은 SNS까지, 이 모든 활동이 자녀의 학업과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까 걱정이 앞선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이 통제에 나선다. 처음에는 부드럽게 설득하거나 조용히 타이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러다 설득이 통하지 않으면 화를 내기도 하고 강제로 휴대폰을 빼앗거나 인터넷 연결을 차단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갈등은 점점 더 크게 번진다. 휴대폰, 게임 이용에 관한 명확한 규칙을 설정하기 위해 협약서를 작성하는 집도 있는데 잘 지켜지지 않아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부모들이 바라는 것은 어찌 보면 단순하다. 아이들이 해야 할 일을 먼저 다 끝내놓고 남는 시간에 휴대폰이나 게임을 여가 활동이나 건전한 취미 생활로 하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자녀에게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없이 살라고 강요하는 부모는 세상 어디에도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아이들의 입장은 다르다. 디지털 네이티브로 태어난 아이들에게 휴대폰, 인터넷은 그저 일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도구다. 특히 사춘기로 접어든 청소년기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이나 게임은 또래뿐 아니라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이며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놀이다. 누군가에 의해 자신의 일상이 통제받는 느낌이 든다면, 그 누군가가 부모라 하더라도 기분 좋게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여가부의 '2024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10대 청소년의 주 평균 인터넷 이용 시간은 21.1시간으로 나타났다. 10~19세 청소년의 99.5%가 메신저를 이용하고 있으며 콘텐츠별 이용률은 △영화·TV·동영상 시청 96.5% △게임 95.2% △학업·업무용 검색 92.5% △음악 91.1% △관심사(취미) 검색 90.9% △SNS 84.4% 등 순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의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비중도 늘고 있다. 스마트폰 과의존이란 과도한 스마트폰 이용으로 스마트폰에 대한 현저성이 증가하고 이용 조절력이 감소해 문제적 결과를 경험하는 상태를 말한다. 2018년 29.3%였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비중은 2023년 기준 40.1%까지 상승했다. 10명 중 4명의 청소년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인 셈이다. 잠재적 위험군이 34.9%, 고위험군이 5.2%였으며 학교급별로는 △중학생 42.1% △고등학생 36% △초등학생 35.2% 등 순으로 나타났다.
통제할 수밖에 없는 부모와 통제받고 싶지 않은 자녀, 이 둘의 간극은 어떻게 좁힐 수 있을까. 게임을 건전한 놀이문화로 정착시키는 방법에 대해 다뤄낸 EBS 특집 다큐 '게임의 법칙 1부: 우리 아이 게임 통제력의 비밀'에서 이장주 게임문화재단 이사는 "부모가 아이의 행동을 강하게 통제하면 아이는 스스로의 생활을 통제해 볼 기회를 잃는다. 부모의 말을 잘 듣는 아이는 당장은 좋은 듯 보이지만 나중에 스스로 책임 있게 판단하고 결정해야 할 상황에서 주저하게 된다. 아이의 게임을 강하게 통제하고 싶은 부모의 욕구는 소탐대실의 시작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부모의 강력한 통제는 자녀의 자아동기력을 낮춰 자녀가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아갈 수 없게 만든다. 외적 통제에 익숙해진 자녀는 성인이 되어서도 누군가의 명령이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 돼 버리고 만다. 그렇다면 자녀의 휴대폰 이용을 통제하는 것만이 답은 아니라는 것. 부모가 아이를 믿고 아이에게 선택할 권리를 줌으로써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아이에 대한 존중과 소통으로부터 시작된다.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email protected]
Copyright ⓒ 맘스커리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