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내가 일본에 있었을 때, 왼손투수들이 공을 탁 던지면…”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2010시즌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활약했다. 단 1년이었지만, 15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의 기억이 생생하다. 이범호 감독은 20일 인천 SSG 랜더스전이 장맛비로 취소되자 위와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공이 탁 빠지는 느낌인데, 빠졌다. 볼이다 했는데 이게 말려서 이렇게(스트라이크 존 안쪽을 표현) 다다닥 들어와서 스트라이크를 딱 던지는 느낌일 것 같아요. 그러니까 타자는 출발할 때 볼이라고 생각했는데, 포수가 잡을 땐 ABS에 딱 스트라이크가 찍히는”이라고 했다.
이범호 감독이 15년 전 일본 시절을 얘기한 건 ‘슬러브 마스터’ 아담 올러(31)의 슬러브에 대한 얘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좌타자 기준 올러의 바깥으로 도망가는 슬러브는 언터쳐블이다. 우타자였던 이범호 감독은, 올러의 그 슬러브가 마치 좌투수가 바깥쪽으로 던졌는데 바깥쪽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느낌과 비슷하다고 설명한 것이었다. 공이 출발한 직후에는 누가 봐도 바깥으로 확 달아나는 공이라 타자로선 당연히 골라내야 하는데, 고르고 나니 스트라이크가 선언됐다는 뜻이다.
그 정도로 올러의 슬러브 무브먼트가 엄청나게 좋다. 포심도 150km대 중반이 찍히니, 좌타자들로선 가운데와 몸쪽 코스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슬러브가 바깥쪽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가면 허탈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범호 감독의 부연 설명이다.
올러가 제임스 네일만큼의 위력을 발휘한다. 올 시즌 15경기서 7승3패 평균자책점 3.03이다. 퀄리티스타트가 무려 11회, WHIP 1.06, 피안타율 0.224다. 기복이 다소 있는 스타일이지만, 기본적으로 이범호 감독에게 마운드 운영과 계산을 할 수 있는 투구를 한다. 그 정도로 안정적이다.
그렇다면 네일의 스위퍼와 올러의 슬러브 중, 타자 입장에선 어떤 공이 더 까다로울까. 이범호 감독은 둘 다 까다롭다고 하면서 자신은 현역 시절 횡으로 움직이는 공이 까다로웠다고 했다. 네일의 스위퍼는 횡으로 움직이는 공이고, 슬러브는 횡과 종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다. 사선을 그으며 좌타자 바깥으로 달아난다.
이범호 감독은 “올러는 사선으로 떨어지는 느낌이고, 제임스는 횡으로 나가는 느낌이다. 올러도 몸쪽으로 들어오는 공이 스핀이 많이 걸린다. 바깥에서 들어오는 공도 스핀이 없을 것 같은데 확 꺾여서 안으로 들어온다. 어떤 공이 더 좋다고 하는 건 어렵고, 시선을 그리는 공에 대처하기가 힘들다”라고 했다.
결국 올러가 까다롭다는 얘기인데, 그렇다고 네일의 스위퍼도 만만한 공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떨어지는 공보다 횡으로 움직이는 공이 방망이에 걸릴 확률은 높다. 그러나 이범호 감독은 “옆으로 나가는 공을 잘 치는 선수들이 있고, 위에서 내려오는 공을 잘 치는 선수들도 있다. 나는 현역 시절 횡으로 가는 공이 좀 더 까다로웠다”라고 했다.
현대야구는 스위퍼, 슬러브, 킥 체인지업 등 계속 새로운 구종이 출현한다. 그리고 공도 계속 빨라진다. 그것에 타자가 대응하기 위해 연구하고, 투수는 그 대응법에 맞대응 준비를 한다. 그러면서 계속 발전한다.

이범호 감독은 웃더니 네일, 올러와 동시대에 현역으로 뛰지 않아 다행이라고 했다. “내가 현역이었으면…지금 야구는 투수들이 너무 좋아서 고전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너무 좋아졌어요”라고 했다. 참고로 이범호 감독은 현역시절 통산 2001경기서 타율 0.271 329홈런 127타점 954득점 OPS 0.847을 기록한 레전드 공수겸장 3루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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