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뛰는 좀비의 시초, 좀비물의 새로운 지평을 열며 장르의 기준을 바꾼 전설적인 작품 ‘28일 후’가 새로운 속편 ‘28년 후’로 돌아온다. 다시 메가폰을 잡은 대니 보일 감독은 확장된 세계관과 탄탄한 이야기를 자신하며 또 한 번의 신드롬을 예고했다.
‘28년 후’는 28년 전 시작된 바이러스에 세상이 잠식당한 후 일부 생존자들이 철저히 격리된 채 살아가는 ‘홀리 아일랜드’에서 태어난 소년 스파이크(알피 윌리엄스 분)가 난생처음 섬을 떠나 바이러스에 잠식당한 본토에 발을 들인 후 진화한 감염자들과 마주하며 겪는 극강의 공포를 담은 이야기다.
‘달리는 좀비’를 처음 선보이며 전통적인 좀비 영화의 틀을 뒤바꾼 기념비적인 작품이자 2000년대 최고의 공포 영화 중 하나로 손꼽히는 ‘28일 후’(2003)의 속편으로, 아카데미 수상에 빛나는 대니 보일 감독이 다시 한번 연출을 맡고 각본가 알렉스 가랜드 역시 재합류해 영화만의 정체성을 계승하면서도 보다 확장된 스토리를 앞세워 또 한 번 센세이션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여기에 영화 ‘오펜하이머’로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이자 ‘28일 후’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한 킬리언 머피가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 것은 물론, ‘킬링 이브’ 시리즈, 영화 ‘프리 가이’에서 활약한 조디 코머를 필두로,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애런 존슨과 랄프 파인즈까지 최고 배우들이 출격해 기대를 더한다. 대니 보일 감독의 탁월한 안목으로 발탁된 신예 알피 윌리엄스의 활약도 기대된다.
대니 보일 감독은 국내 개봉을 하루 앞둔 18일 오전 화상 기자간담회를 통해 취재진과 만나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대니 보일 감독은 “한국에 직접 가지 못해 아쉽다”고 인사를 전하며 ‘28년 후’를 향한 많은 관심과 기대를 당부했다.

-20여년 만에 다시 이 이야기로 돌아온 계기는 무엇인가.
“일단 스크립트가 너무 좋았다. 놀라운 스토리였다.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을 겪었고 첫 영화에서 보여준 장면들이 현실과 전혀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인식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런 모든 요소가 자연스럽게 영화로 녹아 들어가게 됐다. 뿐만 아니라 첫 영화에 대한 팬들의 애정도 컸다. 20년이 되도록 식지 않은 애정이었다. 알렉스 가랜드 작가와 다시 한번 이 프로젝트를 하면 어떨까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이번 영화에는 1편 속 바이러스를 가져왔고 1편에서의 결과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탐구했다. 그러면서도 새로운 스토리가 등장해 많은 분들이 재밌게 볼 수 있을 거다. 또 이 새롭고 놀라운 스토리를 위대하고 훌륭한 배우들이 연기를 해줬다.”
-기존 좀비물과 다른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인가.
“이 영화의 독창적인 설정, 경험이지 않을까. 팬들이 ‘28일 후’를 정말 좋아해 줬다. 좀비, 우리 영화에서는 ‘감염자’라고 부르는데 그들이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지 보여주면서 좀비물을 재정의하는 영화가 됐다. 생존자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어떤 모습인지 좋아해 줬다. 더 흥미로운 지점은 생존자가 사람뿐 아니라 바이러스도 해당한다는 것이다. 영국에서 바이러스가 창궐하는데 격리시키고 다 소진하면 죽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바이러스가 진화를 한 거다. 진화의 결과물, 감염자들이 어떤 식으로 진화할 수 있을지 볼 수 있을 거다. 굉장히 흥미진진하다. 배경도 독창적이다. 영국의 북동 지역에서 촬영했는데 자연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다. 아름답게 느껴질 거다.”
-정통성을 유지하기 위해 구심점으로 삼은 지점이 있다면.
“킬리언 머피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영화에는 등장하진 않지만 총괄 프로듀서로 활약해 줬다. 이번 영화는 3부작인데 이미 촬영을 마치고 내년에 개봉할 2편에 이어 3편까지 있다. ‘28일 후’와의 연결점이 바로 킬리언 머피가 될 거다. 또 하나는 감염자들이다. 예전에 우리가 봐 온 이들과 비슷하지만 28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진화한다. 행동하는 게 달라진다. 우리가 처음 본 감염자들은 아주 폭력적이고 굉장히 빨랐다. 이번에 보게 될 감염자들은 다른 유형으로 진화됐다. 바닥을 천천히 기어다니면서 소극적으로 행동하는, 벌레를 먹는 감염자가 있는데 건드리면 굉장히 위험하다. 또 오리지널 감염자와 비슷하지만 생존하기 위해 먹는 법을 체득한 감염자도 있다. 사냥을 하고 사냥을 하기 위해 무리를 지어서 다닌다. 그래서 더욱더 위험한 존재가 된다. 세 번째로는 리더가 생긴다. 알파라고 불리는 리더는 어마어마한 덩치와 힘을 자랑하는 위협적 존재다. 네 번째 진화 유형은 영화관에서 확인하길 바란다.”
-말한 것처럼 ‘28년 후’는 새로운 3부작의 시작이 되는 작품이다. 어떻게 전체 구조를 설계했나. 또 킬리언 머피의 귀환은 어떻게 그려질 예정인가.
“스포일러 때문에 아주 자세하게 말하진 못하지만 두 번째 영화 이미 촬영이 됐고 연출하는 감독은 니아 다코스타다. 1편 마지막에 나온 캐릭터들이 이어서 나오지만 아주 다른 느낌의 영화가 될 거다. 알렉스에게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첫 번째 영화가 무엇에 대한 영화냐고 정의해보라고 했더니 가족의 본질에 대한 영화라고 답했다. 흥미로운 탐구라고 생각한다. 주인공이 속한 가족이 나오고 전형적이지 않은 가족이 나오게 된다. 그 모습을 보며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곱씹게 될 거다. 두 번째 영화는 악의 본질을 다루고 있고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될 거다. 훨씬 더 위험한 영화가 될 거다. 그리고 두 번째 영화 말미에 킬리안 머피를 보게 될 거다. 3편은 킬리언 머피의 영화라고 보면 될 거다. 그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잘 기다려주길 바란다.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을 거다.”

-알렉스 가랜드 작가와 다시 한번 의기투합했는데 어땠나.
“너무나 즐겁게 작업했다. 중간에 다른 영화로 협업한 적이 있었고 이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지속적으로 만나기도 했다. 알렉스와의 협업은 매번 즐겁다. 그 사이 알렉스가 영화 감독으로 데뷔도 하면서 감독이 얼마나 힘든지 더 이해하게 됐다는 게 달라진 점이다.(웃음) 서로 공감하는 것도 넓어지고 즐거웠다. 글도 워낙 잘 쓴다. 훌륭한 작가다. 알렉스가 스토리를 세 파트로 나눠서 만들었는데 각 작품을 하나의 독립된 영화로 봐도 충분하게 만들면서도 연결되는 구심점 역할을 하는 인물들을 배치했다. 알렉스의 시나리오에는 여백을 많이 남겨두는데 그 여백을 채워나가는 재미가 있다. 그와의 협업은 언제나 즐겁고 큰 영광이다.”
-일부 장면을 아이폰을 활용해 촬영했다고. 이를 통해 얻고 싶은 비주얼 포인트는 무엇이었나.
“‘28일 후’를 보면 홈비디오 같은 질감이 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영화 촬영 기술이 어마어마하게 발전했다. 이제는 폰으로 4K까지 촬영이 가능하더라. 4K면 극장에 걸 수 있는 퀄리티다. 비주얼적인 질이 어마어마하게 도약했다. 화면비도 굉장히 와이드하다. 우리 영화는 자연이 많이 보이는데 화면이 와이드하기 때문에 어디서 뭐가 튀어나올지 몰라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위험이 도사리는 느낌이기 때문에 관객이 좌우를 계속 살피게 되고 그 위험 옆에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도 포착할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는 경량 카메라가 필요했다. 우리가 촬영한 지역들이 자연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기 때문에 많은 카메라를 들고 가서 훼손하고 싶지 않았다. 28년 동안 인간의 흔적이 없어야 하는 배경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 또 아이폰 20개 연결해서 180도 동시 촬영을 했는데 훨씬 더 싸게 만들 수 있는 방법기도 했고 어떤 액션이 있을 때 찰나의 순간을 많은 카메라가 한 번에 다 찍기 때문에 연출자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고 다시 돌아갈 수 있었다. ‘28일 후’ 이후 아포칼립스 영화나 좀비물이 많이 나왔기 때문에 독창적이게 하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고 가용할 수 있는 여러 기술들이 영화의 방향을 다르게 만들 수 있었다. 저렴하면서도 굉장히 유연성을 갖고 영화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사용하면서 기술적인 이유뿐 아니라 ‘28일 후’가 가진 비주얼적인 면에서 연결성을 가지고 갈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익사이팅하고 스릴 넘치고 무시무시한 영화로 경험되고 기억되길 바란다. 예상하지 못한 마음을 울리는 부분도 있다. 인간성이 무엇인가, 무엇이 인간성을 지속시키는가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겠다. 영화에 나오는 극한의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인간성을 보존할 것인가 생각해 볼 법한 기회가 되길 바란다. 또 영화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험을 하길 바란다. 영화가 위기라는 인식이 있지만 영화가 줄 수 있는 집단 경험을 체험하길 바란다.”
-한국 관객들에게 끝인사를 전한다면.
“즐겁게 봐주길 바란다. 애정을 가득 담아 만들었다. 오리지널 영화를 사랑해 준 팬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를 담았다. 많은 분들이 사랑해 준 것을 잘 알고 있다.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계속해서 상영회가 있었다고 들었다. 여전히 무서워했다고 해서 뿌듯했다. 이번 영화 ‘28년 후’도 큰 스크린에서 직접 확인해 주면 감사하겠다. 즐겁게 봐달라.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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