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최근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 발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로봇, 데이터센터 기반 4차 산업시대가 시작되면서 전력 공급 중요성이 커지면서다. 글로벌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은 오는 2029년 원자력 발전 시장 규모가 447억1,000만달러(약 61조3,644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4일 새롭게 출범한 이재명 정부도 원자력 발전에 대해 어느 정도 긍정적 입장이다. 실제로 이재명 정부는 그간 원자력계가 걱정했던 ‘탈(脫)원전’ 기조가 아닌 ‘에너지 믹스’를 정부 에너지 정책 전면에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국내외적 상황에서 가장 주목받는 원전 기술은 단연 ‘소형 모듈식 원자로(SMR)’다. 지난 12일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SMR 개발 및 상용화 촉진을 위한 ‘SMR 특별법’을 발의하는 등 정책·시장 성장·기술이라는 3박자를 모두 갖추게 됐다.
◇ 크기는 줄이고 안전성은 1,000배↑… 커지는 SMR의 가치
SMR은 하나의 용기에 냉각재 펌프와 원자로, 증기발생기,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한꺼번에 담아 일체화시킨 원자로다. 노형에 따라 72종으로 구분되며 가장 대표적인 것은 △경수로 △소듐냉각고속로(SFR) △고온가스로 △용융염로 등 4종이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경수로형으로 전체 72종의 SMR 중 31종이 경수로형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자력연)’에 따르면 경수로형 원자로의 출력은 1,000MWe 이상이다. 반면 SMR은 300MWe 미만으로 출력이 기존 원자로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원자로의 출력이 낮다는 것은 구조가 단순하고 작다는 뜻이다. 이는 곧 대형 원전 대비 건설 초기비용과 건설 기간이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일반 원전은 건설 기간이 4년 이상인 것에 비해 SMR은 2년에 불과하다.
SMR은 안전’ 측면에서 우수하다고 평가 받는다. SMR은 기존 대형 원자로와 달리 주요 기기를 원자료 용기 내부에 일체형으로 설치한다. 이를 통해 대형 배관의 파단사고(배관이 끊어지는 것)의 원천 차단이 가능하다. 또한 운전절차 및 계통설계가 단순화 돼 고장 발생 가능성도 현저히 낮아진다.

실제로 말레이시아 국립대(UKM) 연구진은 2024년 SMR과 일반 원전 대비 노심손상빈도(CDF, Core Damage Frequency)를 비교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사고 발생 시 일반 원전과 SMR의 CDF는 각각 △일반 원전(1×10⁻⁵~1×10⁻⁴), △SMR(1×10⁻⁸~4.47×10⁻⁷)로 나타났다. 즉, SMR은 일반 원전 대비 노심손상빈도가 1,000배 낮은 수준이다.
안전성, 건설 부지 축소 등의 장점으로 SMR은 ‘분산에너지’ 추진에 효율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분산에너지란 에너지 수요가 발생한 지역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지역 단위 에너지 시스템이다. 과부화된 수도권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선 2023년 지정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따라 지난해 6월 14일부터 본격 시행 중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SMR은 신재생에너지와 간헐성 보완 및 유연한 연계가 가능한 에너지원”이라며 “다수 모듈 배치로 수요에 따른 유연한 출력 구현을 통해 기존 화력발전의 대체 및 수요지 인근 분산형 전력 제공, 산업용 열 공급, 지역 난방, 해수 담수화, 수소생산 등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저탄소 난방 및 수소 생산을 통해 전기 및 산업의 탈탄소화를 실현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특히 외딴 곳에 위치한 지역 사회와 산업체에서 화석 연료를 대체하는데 매우 적합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 급성장하는 SMR 시장, 美·EU 모두 ‘속도전’
특히 최근엔 막대한 전력을 사용하는 AI데이터센터의 등장, 기후변화 대응책 강구의 필요성으로 SMR의 시장적 가치도 급성장하는 추세다. 글로벌시장조사업체 ‘프레지던스리서치(Precedence research)’에 따르면 현재 SMR 시장 규모는 74억9,000만달러(약 10조2,650억원)으로 추산된다. 오는 2034년에는 161억3,000만달러(약 22조1,061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프레지던스리서치는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정치적, 기술적 해결책 달성 중요성이 커지면서 많은 전문가들은 원자로가 사실상 탄소배출이 없는 전력임을 강조한다”며 “소형 원자로는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는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관련 시장을 선도하는 지역은 ‘북미’다. 글로벌시장조사업체 ‘그랜드 뷰 리서치(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북미 지역은 2023년 기준 SMR 관련 시장 점유율 25.4%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정부 차원의 자금 조달, 연구 이니셔티브에 대한 적극적 지원으로 재생에너지와의 통합 연계를 진행 중이다.
또한 지난 5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2030년부터 대형 원전 10기 신규 증설 및 2050년까지 원전 규모 4배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에너지 안보, 주도권 확보를 위해 원전 친화 정책에 힘을 실은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원자력기업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도 미국 내 신규 원전 수주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5월 ‘뉴스케일 (NuScale)’의 SMR 설계도 승인했다.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재생에너지 강국’이 모여있는 유럽(EU) 역시 SMR 시장 확보에 적극적이다. SMR을 탈석탄 및 에너지 안보 보장을 위한 광범위 전략의 일환으로 여기고 있어서다. 실제로 ‘EU집행위원회’는 지난해 2월 SMR 산업 연합을 출범했다. 이를 통해 2030년대 초 유럽 지역 내에 SMR 상용화 및 배포를 가속화하겠다는 목표다.
EU집행위원회는 “지원 가능한 가장 유망하고 진보적이며 안전하고 비용 효율적인 SMR 기술을 식별해 유럽의 전력 공급망 강화에 나설 것”이라며 “에너지 집약 산업, 저탄소 수소 생산자 및 지방 자치 단체와 같은 잠재적 최종 사용자를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 속도내는 韓 SMR산업, “두산에너빌리티 호재 예상”
국내 역시 기업과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SMR 시장 및 기술 확보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연구기관으로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기업은 △삼성물산 △GS에너지 △두산에너빌리티 △SK이노베이션 △현대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등 국내 주요 에너지·건설·발전 기업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개발 중인 핵심 SMR 기술은 크게 ‘SMART’와 ‘i-SMR’로 나눌 수 있다. 먼저 SMART는 ‘110MWe급 가압경수로형 일체형 SMR’이다. 일체형원자로 중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했다. 2018년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담수 및 전력생산용 SMART 건설 실증이 이뤄졌다. 현재는 캐나다와 사업화 모델도 추진 중이다.
i-SMR은 ‘170MWe급 가압경수로형 일체형 SMR’이다. 오는 2028년 표준설계인가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의 2개 부처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혁신형 SMR기술개발사업단’을 중심으로 개발 중이다. 안전성 증진, 경제성 향상, 유연성 확대를 목표로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SMR 시장 성장 기대감이 커지면서 국내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상승 중이다. 대표적인 수혜 기업으로는 ‘두산에너빌리티’가 꼽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월초 2만원대를 횡보하던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이달 18일 기준 6만800원을 달성했다. 두달 새 200% 넘게 주가가 상승한 것이다.
KB리서치도 18일 리포트를 통해 “두산에너빌리티 목표주가를 7만5,000원으로 70.5% 대폭 상향 조정한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적극적인 원전정책에 따른 대형 원전시장 확대와 SMR 시장 성장 기대감 등을 반영해 두산에너빌리티의 장기 실적 추정치를 상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형 원전 또한 체코 두코바니 원전 최종 계약이 체결됨에 따라 이르면 내년부터 두산에너빌리티의 매출 발생이 예상된다”며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확정된 국내 원전 2기를 비롯해 폴란드 원전, 체코 테믈린 원전 등의 추가 수주도 아직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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