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구단 역사에 길이 남을 승리를 만들어냈다. 99.9%의 패배 확률 속에서 0.1%의 승리 확률로 짜릿한 뒤집기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이 여파로 한 명의 선수는 짐을 싸게 됐다.
애리조나는 6일(한국시각)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의 트루이스트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와 원정 맞대결에서 말도 안 되는 대역전승을 만들어냈다. 4-10으로 패색이 짙은 9회초에만 무려 7점을 쓸어담았다. 그리고 이 경기의 여파는 컸다.
이날 애틀란타는 2회말 알렉스 버두고가 선취점을 뽑아내며 기선제압에 성공, 3회말 오스틴 라일리-맷 올슨-마르셀 오수나-아지 알비스까지 네 타자 연속 적시타를 바탕으로 무려 5점을 보태며 경기 초반 주도권을 꽉 쥐었다. 이에 애리조나는 4회초 헤라르도 페로도모가 적시타를 쳐 고삐를 당기더니, 조쉬 네일러가 두 명의 주자를 더 불러들였지만, 3-6으로 간격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이에 애틀란타는 다시 간격을 벌렸다. 5회말 라일리가 달아나는 솔로홈런을 터뜨리더니, 6회말에는 로날드 아쿠나 주니어와 드레이크 발드윈이 백투백까지 폭발시키면서 승기를 잡았다. 이후 8회초 애틀란타 케텔 마르테가 솔로홈런을 뽑아냈으나, 8회말 마이클 해리스 2세가 다시 간격을 벌리며 어느새 점수차는 4-10까지 벌어졌고, 그대로 경기는 애틀란타의 승리로 연결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9회초 기적이 일어났다.
9회초 선두타자 에우제니오 수아레즈가 삼진을 당했을 때 애리조나의 승률은 0.1%, 반대로 애틀란타의 승률은 무려 99.9%였다. 하지만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루어데스 구리엘 주니어가 포기하지 않는 솔로홈런을 때려내더니, 후속타자 팀 타와의 볼넷으로 마련된 1사 11루에서 알렉 토마스가 투런포를 작렬시켜 어느새 간격을 7-10까지 좁혔다. 그리고 호세 에레라까지 볼넷을 얻어내며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애틀란타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스캇 블루엣을 강판시키고 '마무리' 호세 이글레시아스를 긴급 투입했다. 하지만 이미 애리조나 쪽으로 넘어간 분위기를 되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어지는 1사 1루에서 애리조나는 코빈 캐롤이 2루타를 쳐 2, 3루 기회를 만들더니, 마르테가 적시타를 터뜨리면서 간격은 2점차로 좁혀졌다. 이후 페르도모가 뜬공으로 물러났으나, 일데마로 바르가스와 수아레즈가 연속 적시타를 폭발시키며 11-10으로 연전에 성공했다.
9회초 공격에서만 무려 7점을 쓸어담으며 역전한 애리조나는 9회말 '마무리' 셸비 밀러를 투입해 뒷문 단속에 나섰고, 밀러는 실점 없이 애틀란타의 공격을 막아내며 0.1%의 기적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는 곧바로 역사로 이어졌다. 'MLB.com'의 사라 랭스에 따르면 애리조나는 8회 종료 시점에서 6점 이상 뒤진 경기에서 0승 419패를 기록 중이었는데, 이날 구단 사상 처음으로 6점차 뒤집기 승리를 손에 쥐었다.
반대로 애틀란타는 8회 종료 시점에서 6점 이상 앞선 경기에서 766승 1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었으나, 이날 애리조나에게 일격을 당하며 구단 사상 2번째 '굴욕'을 맛보게 됐다.
경기가 끝난 뒤 'MLB.com' 등 현지 복수 언론과 인터뷰에 응한 수아레즈는 "아웃카운트 27개를 모두 잡기 전까진 경기가 끝난 게 아니다. 그게 야구다. 9회는 우리가 어떻게 플레이하는지를 보여줬다.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홈런, 볼넷, 또 홈런, 또 볼넷, 그 이닝에서 우리 팀이 반등하는 계기가 됐다"며 활짝 웃었다. 이날 승리로 애리조나는 4연승을 질주, 5할 승률로 복귀했다.
또 이 경기의 여파는 매우 컸다. 이날 4-10의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던 스캇 블루엣이 경기 직후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됐다. 사실상 방출 대기. 블루엣은 지난 2014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56순위에서 캔자스시티 로얄스의 지명을 받았고, 2020년 처음 빅리그에 입성해 올해까지 4시즌 동안 32경기(1선발)에서 3승 1패 평균자책점 3.02를 기록 중이었는데, 이날 1⅓이닝 동안 5피안타(3피홈런) 2볼넷 5실점(5자책)으로 박살이 났고, 경기 후 짐을 싸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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