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손지연 기자 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 투표 종료와 함께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국민의힘 개표 상황실은 침묵으로 가라앉았다. 상황실 1열에 앉은 국민의힘 당 지도부는 굳은 얼굴로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대선 패배’라는 결과의 쓴맛을 감추려는 듯 미동도 없이 출구조사를 발표하는 TV 화면만을 응시했다.
이날 오후 8시 공중파 방송 3사(KBS‧‧MBC‧SBS)가 한국방송협회와 함께 실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득표율은 39.3%로 집계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51.7%로 집계돼 김 후보와 이 후보의 격차는 12.4%P(퍼센트포인트)다. 출구조사에서 두 후보의 격차가 두 자릿수에 이르면서 개표 결과가 이와 비슷할 경우 이 후보의 당선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권성동 원내대표, 나경원‧안철수‧양향자‧이정현‧윤상현‧황우여 공동선거대책위원장,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 윤재옥 선대위 총괄본부장, 박대출 총괄지원본부장 등 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21대 대선 개표 상황실에서 개표 방송을 시청했다.
강승규‧강민국‧곽규택‧김기현‧김예지‧김장겸‧김형동‧박덕흠‧박성훈‧박충권‧박형수‧이인선‧이만희‧유상범‧신동욱‧진종오‧장동혁‧최보윤 등 당직을 맡지 않은 의원들도 참석했지만 국민의힘총 의석수인 107석에 비해 적은 현역 의원들이 참석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되는 이른바 ‘여론조사 블랙아웃’ 기간에 돌입하자, ‘골든 크로스’를 강조하며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앞서는 결과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때문에 출구조사 발표 직전 국민의힘 개표 상황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승리에 대한 기대감으로 차 있지는 않았지만 서로 인사를 나누며 미소 짓는 모습을 보였다. 의원들은 김문수 후보의 이름과 2번이 선명하게 적힌 단체복을 맞춰 입고 하나 둘 자리에 착석했다.
하지만 두 자릿수 이상 차이나는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상황은 달라졌다. 상황실에는 방송 음성 외에는 누구도 움직이지 않는 침묵이 이어졌다. 모두 굳은 얼굴로 TV 화면만을 응시했다. 한 자릿수 득표 차의 경우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를 외치며 이번 선거를 마무리할 수 있지만 두 자릿수 이상의 큰 차이로 ‘참패’할 경우 선거 패배의 역풍이 더욱 거셀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비대위원장은 시종일관 표정을 굳히며 무표정을 유지했다. 권 원내대표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가만히 앞을 응시하기만 했다. 손 전 대표는 찡그린 표정이 점점 심각해졌고, 안철수 의원은 얼굴이 빨갛게 상기됐다. 시종일관 어두운 표정을 유지하던 권 원내대표와 김기현 의원은 출구조사 발표가 시작된 지 10분 만에 상황실을 벗어났다.
권 원내대표가 상황실을 벗어나자 국민의힘 당 지도부도 하나 둘 자리를 이석해 꽉 차 있던 좌석 중 절반이 비었다. 이를 지켜보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들은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오후 8시 30분경에는 처음에 비해 20~30%가량의 관계자들만 남아있는 상황이 연출됐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출구조사 발표 40분 후 상황실을 나서며 기자들과 만나 ‘결과를 어떻게 봤냐’는 물음에 “겸허한 마음으로 지켜보겠다”고 답했다. 또 ‘선거 패배를 인정하기는 이르다고 보냐’는 물음에 “개표 상황을 지켜봐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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