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손지연 기자 국민의힘이 21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2일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설정을 두고 당내 이견이 오가며 당내 내분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 국민의힘, 대선 막판 윤석열 ‘절연’ 시사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1일) ‘윤석열 탄핵반대 당론 무효화’를 선언하며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과 명확한 선 긋기에 나섰다. 윤 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최한 서울 집회를 통해 ‘김문수 지지 호소문’을 발표하며 당과의 거리를 좁히려 하자 당 차원에서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까지 들고 나선 것이다.
김 비대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의 당론은 당헌‧당규의 보편적 가치에 부합해야 하며,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판결 등 국가 사법부의 결정은 당론을 결정하는 불가역적인 판단 근거”라며 “대통령 탄핵심판의 결과에 따라 지난해 당이 대통령 탄핵반대 당론을 채택했던 것은 무효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의원총회에서 총의를 모아 비대위에서 공식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헌재는 12‧3 비상계엄의 위헌성을 꼬집으며 윤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대선후보 경선에서 ‘탄핵 반대’를 강조한 것과 달리 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되자 미묘한 태도 변화를 보였다.
김 후보는 윤 전 대통령 강성 지지층에 지지기반을 두고 있어 직접 ‘윤석열과 거리두기’를 언급할 입장이 아니다. 이 때문에 김 비대위원장을 내정해 ‘투 트랙 노선’을 견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윤 전 대통령의 ‘출당’을 결정하지 못했지만 대승적으로 ‘자진 탈당’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결국 윤 전 대통령의 자진 탈당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탈당 이후에도 부정선거 음모론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를 공개적으로 관람했고, 자유통일당을 이끄는 전 목사가 주최하는 광화문 집회에 ‘김문수 지지 호소문’을 전달해 대독하게 하는 등 대선에 직간접적 영향을 주는 행보를 보였다.
이에 김 비대위원장은 윤 전 대통령의 호소문 발표 직후인 지난달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국민의힘은 당헌을 개정해 대통령의 당무개입 금지를 명문화했다”며 “정확히 말하면 ‘윤석열 방지’ 당헌 개정”이라고 했다. 또 그는 “윤 전 대통령이 탈당했지만 사실상 출당”이라며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마시기 바란다”고 맹폭했다. ‘절연’에 가까운 공세를 펼친 셈이다.

◇ 윤상현 "윤석열 탄핵 반대는 당 정체성"
당내 대표적인 반탄(탄핵 반대)파이자 친윤(친윤석열)계 윤상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서 김 비대위원장의 당론 무효화를 정조준해 “선거 승리를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하더라도 우리 당의 뿌리와 정체성이라는 선을 넘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의 탄핵 반대를 ‘당의 뿌리와 정체성’이라고 본 것이다.
윤 위원장은 “탄핵 반대 당론은 윤 전 대통령 한 사람을 위한 방패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헌정질서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내기 위한 마지막 방어선”이라며 “당시 당 소속 의원들이 고심 끝에 숙의를 거쳐 내린 판단이었고, 그 결정의 배경에는 보수정당의 책임, 체제 수호의 가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깃들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에서 당론의 판단 근거가 위헌 여부를 심판하는 헌재에 있다며 ‘무효화’를 주장했지만, 그간 윤 전 대통령 강성지지층에 편승해 온 윤 위원장은 ‘헌정질서 수호’, ‘신념’ 등을 들며 대선 하루 전까지 ‘윤석열 옹호’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윤 위원장은 “지금 와서 당내 논의조차 없이 비대위원장의 판단만으로 ‘무효화’를 선언한 것은 당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자기부정이자 혼란과 분열을 자초하는 길”이라고 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총의를 모아 비대위에서 공식화하겠다고 했지만 ‘무효화’라는 단어를 들고 나선 것만으로 분열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선거만 바라보며 정체성을 포기하는 순간 우리 당의 뿌리마저 흔들게 된다”며 “정당의 자기부정이야말로 가장 무서운 분열”이라고 강조했다.

◇ 한동훈, 즉각 ‘계엄세력’ 선긋기
탄찬(탄핵 찬성)파인 한동훈 전 대표를 비롯한 친한(친한동훈)계는 윤 위원장의 ‘윤석열 정체성론’을 비판하며 그의 출당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한 전 대표는 윤 의원의 ‘정체성’ 발언을 즉각 비판했다. 그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서 “선거 하루 전날인 오늘, 선대위원장 윤상현 의원이 국민의힘의 뿌리와 정체성이 불법계엄한 윤석열 탄핵반대라고 했다”며 “아니다. 우리당의 정체성은 불법계엄옹호가 아니라 불법계엄 저지다. 그래야만 한다”고 직격했다.
양향자 공동선대위원장은 윤 의원의 발언에 ‘출당’까지 요구했다. 양 선대위원장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서 “윤 의원이 아군 진영을 향해 수류탄을 던졌다”며 “그는 계엄 찬성과 탄핵 반대가 우리 당의 뿌리처럼 말했다. 망발이고 궤변”이라고 일침했다.
이어 “‘윤상현의 난’은 예상된 일이었다”며 “많은 우려와 반대를 무시하고 그를 공동선대위원장에 임명할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며 “김 비대위원장은 윤 의원에 대한 즉각적 출당조치에 착수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날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윤 의원의 발언은 대선 승리가 아니라 ‘자기정치’를 위한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 사람은 선거 승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며 “다음 총선에서 경상도로 지역을 옮긴다는 소문도 있다. 본인 정치 생각만 하고 다니시는 분”이라고 직격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내일이 대선이다. 문제는 대선을 ‘이재명 대 윤석열’ 구도로 끌고 가면 그 손해는 당연히 국민의힘이 본다”며 “한쪽에선 (윤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려는 것인데 (윤상현 의원이) 이를 띄우는 게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민주당이 추구하는 구도를 살리게 되는데 이걸 살리고 있는 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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