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부정선거’를 주제로 한 영화를 관람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민의힘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당장 이같은 행보가 중도층의 민심 이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즉각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성을 끊는 데 집중하고 나섰지만, 문제는 김문수 후보가 다소 두루뭉술한 태도를 보이며 당과 후보 간 ‘엇박자’만 노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윤 전 대통령은 21일 오전 9시 40분경 서울 동대문구 한 영화관을 방문해 다큐멘터리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했다. 해당 영화는 전 한국사 강사인 전한길 씨가 기획하고 이영돈 PD가 감독을 맡은 것으로 윤 전 대통령은 전씨의 초청으로 이 자리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윤 전 대통령의 무대인사도 계획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윤 전 대통령은 영화 상영이 끝난 후 곧장 퇴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의 행보는 지난달 4일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 후 47일 만이다. 그간 윤 전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공개 행보를 갖지 않았다. 그러나 대선을 불과 2주 앞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공개 일정을 소화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존재감 드러내기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지금도 이렇게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지지자들에게 보여주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통령 파면 이후 윤 전 대통령은 국면마다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고자 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지난달 4일 파면 후 국민의힘 지도부와 소속 의원을 접견을 했고 이틀 뒤에는 지지층을 겨냥해 “늘 여러분 곁을 지키겠다”고 메시지를 냈다. 가장 최근에는 페이스북을 통해 김문수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한덕수 단일화’ 소란이 잦아들 시점, 김 후보에게 힘을 실어 준 것이다.

◇ 부정선거 선 긋지 않는 김문수… 국민의힘 내부서도 비판
윤 전 대통령의 탈당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중도 외연 확장을 고민하던 국민의힘 내에선 당혹감이 감지된다. 부정선거 담론이 선거 전면에 부각 될 경우 이에 동의하지 않는 중도층은 자연스레 국민의힘과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탓이다. 지난 1월 조선일보의 의뢰로 케이스탯리서치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부정선거 의혹을 ‘공감한다’고 밝힌 중도층은 35%였다. ‘공감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63%인 것에 비하면 낮은 수치다.
윤 전 대통령의 ‘탈당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되는 것은 물론, 외연 확장을 위한 ‘반명 빅텐트’ 구상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당장 ‘범보수 단일화’ 시나리오의 한 축인 개혁신당은 이날 “윤석열 망령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국민의힘이 단일화를 요구할 자격이 있나”라고 쏘아붙였다. 이동훈 개혁신당 선대본 공보단장은 이날 논평에서 “윤석열이 공개 행보를 이어가는 한, 대선의 프레임은 점점 ‘윤석열 심판론’으로 선명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당 지도부는 일단 윤 전 대통령과 관계성을 부인하며 논란을 일축하고 나섰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저희 당과 관계가 없다”며 “지금은 공개 활동을 할 게 아니라 국민께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고 했다.
그러나 김 후보의 입장은 미묘하게 다르다. 그는 이날 경기도 고양시 청년 농업인 모내기 및 새참 간담회 후 기자들을 만나 “영화도 많이 보시고 사람도 많이 만나고 그런 게 좋은 것 아닌가”라고 했다. 아울러 “우리나라 선관위가 일부 불신을 받는 점 있고 다툼이 있다”며 “전반적으로 선관위가 더 공정하게 잘할 수 있도록 제가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국민의힘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정선거 의혹은 물론 이를 부추기는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요구하면서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김 후보가 부정선거 음모론과 단호히 절연한다고 선언해 줄 것을 요청한다”며 “국민의힘이 부정선거 음모론과 단호하게 선 긋지 못하면 민주당은 3일간, 우리는 하루만 투표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근식 국민의힘 전 비전전략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제발 윤석열, 다시 구속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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