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WBC서 이정후에게 반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수뇌부들이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 1라운드를 일본 도쿄돔에서 직관하다 이정후(27)에게 매료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물론 그 전부터 이정후를 알고 있었고, 아시아에서 가장 전도유망한 유망주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 영입 시도를 굳힌 결정적 계기가 WBC였던 것으로 보인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20일(이하 한국시각) “자이언츠는 WBC서 이정후를 겨냥했다. WBC를 지켜보던 샌프란시스코 프런트 오피스는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중견수에게 매료됐다. 고급 투수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는 KBO의 슈퍼스타 이정후는 이미 메이저리그의 거물 중 한 명인 다르빗슈 유(39,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를 프로처럼 대했던 적이 있다”라고 했다.
이정후는 2023년 3월10일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과의 1라운드 B조 2차전서 3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 4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비록 그날 한국은 일본에 4-13으로 대패했지만,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은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것을 확신했다.
이정후는 그날 3회초 2사 2루서 다르빗슈의 초구 95.2마일 포심이 가운데로 몰리자 1타점 우전적시타로 연결했다. 상대가 홈 송구를 하자 기민하게 2루에 들어가기도 했다. 5회초 2사 1루서는 이마나가 쇼타(32, 시카고 컵스)에게 볼카운트 3B1S서 94.9마일 포심이 역시 가운데로 들어오자 좌측 2루타를 뽑아냈다.
당시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잭 미나시안 전 단장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그날 이정후의 타격을 회상했다. “2루타를 보고 덕아웃을 바라보며 비명을 지른 것이 기억난다. ‘와, 여기 뭔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2년 뒤 이정후는 그날 도쿄에서 샌프란시스코가 봤던 그 선수로 변신하고 있다. 이정후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샌디에이고 파드레스), 코빈 캐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카일 터커(시카고 컵스) 등 최고의 외야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잠재적 올스타로 자리매김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빅리그 투수들을 익히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매우 편안하다. 이정후는 수년간 빅리그에 있었던 타자처럼 타격하는 경우가 많다. 그는 스윙스피드가 느리지만, 침착하게 타격하며, 파워를 가진 라인드라이브의 거장으로 변신했다”라고 했다.
이정후는 시즌 극초반 맹활약 이후 5월 들어 슬럼프에 시달렸다. 그러나 최근 다시 타격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46경기서 181타수 50안타 타율 0.276 6홈런 29타점 30득점 출루율 0.318 장타율 0.464 OPS 0.782로 준수한 성적이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이정후가 잦은 몸쪽 승부에 대처하기 위해 작년보다 더 극단적인 오픈스탠스로 타격한다고 평가했다. 땅볼 비율이 떨어지고 라인드라이브 비율은 올라갔다고 분석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의 그런 적응력도 높게 평가한다.
미나시안 전 단장은 “꽤 놀랍다. 일반적으로 그렇게 많이 볼 수 없는 방망이 컨트롤이다. 그는 항상 자신의 몸을 통제한다. 한쪽 다리로 티피토 위에 서 있으라고 해도 완벽하게 균형을 잡을 것이다. 스윙을 할 때 밸런스를 잃어도 여전히 손을 좋은 위치에 두고 어렵게 컨택을 한다”라고 했다.
샌프란시스코 스카우트들, 관계자들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을 통해 키움 히어로즈 시절 이정후의 그라운드 안팎의 모습을 꼼꼼히 관찰했고, 운동선수이자 동료로서 매우 매력적인 선수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1억1300만달러(약 1571억원)가 정말 아깝지 않은 선수다.

나아가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의 성공으로 아시아 선수들에게 더 많이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향후 아시아 선수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다. 이정후는 그런 구단에 “한국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클럽하우스에 오고 싶어한다. 팀이 내가 돕길 원한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지원할 수 있다”라고 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