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에이스에요" 제2의 김광현, 어떻게 '새가슴' 이미지 지웠나…코치·친구·포수 집중 관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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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 LG 트윈스 더블헤더 1차전 경기. KT 선발 오원석이 힘차게 투구하고 있다./마이데일리KT 위즈 오원석./KT 위즈

[마이데일리 = 김경현 기자] "우리 에이스에요"

KT 위즈의 이강철 감독이 오원석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5선발로 출발했지만 1선발급 활약을 보인다. 제춘모 투수코치, 소형준, 장성우의 집중 관리가 지금의 오원석을 만들었다.

올 시즌 오원석의 성적이 눈부시다. 9경기 5승 2패 평균자책점 2.34다. 팀 내 다승, 평균자책점, 피안타율(0.208), 피장타율(0.301) 모두 1위다. 커리어 하이는 2023년 기록한 8승이다. 지금 추세라면 15승을 따낸다는 계산이 나온다.

제구가 잡히는 모양새다. 오원석은 지난 4월 2일까지 9⅓이닝 8볼넷을 적어냈다. 9이닝당 비율(BB/9)로 환산하면 7.71개다. 이후 7경기서 3.54개로 제구가 안정됐다. 지난 시즌 오원석의 9이닝당 볼넷 비율은 4.81개로, 100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 중 두 번째로 좋지 못했다.(NC 김시훈 4.95개)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 LG 트윈스 더블헤더 1차전 경기. KT 선발 오원석이 그라운드로 들어서고 있다./마이데일리

지난 17일 '천적' LG 트윈스 상대로 무려 1319일 만에 승리를 챙겼다. 이날 전까지 LG에 17경기 3승 8패 평균자책점 3.39로 가장 약했다. 볼넷을 연발하다 큰 것 한방으로 무너지곤 했다.

이날 오원석은 5이닝 8피안타 1볼넷 5탈삼진 2실점 1자책을 기록했다. 올 시즌 가장 많은 피안타를 허용했지만 볼넷을 1개로 억제하며 실점을 최소화했다. 타선은 무려 12점을 지원했고, SSG 시절인 2021년 10월 6일 LG전 이후 1319일 만에 승리를 맛볼 수 있었다.

18일 경기 전 만난 이강철 감독은 오원석을 향해 "우리 에이스에요. 말만 5선발이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소형준을 안아주는 제춘모 투수코치

변화의 일등 공신으로 제춘모 투수코치를 언급했다. 이강철 감독은 "투수코치가 '볼넷 내보내고 안타 맞지 마' 이런 식으로 생각을 바꿔준다. 이겨내면 된다. 그러니까 1회와 5회 부진도 거의 없어졌다"고 했다.

동갑내기 친구 소형준의 영향도 컸다. 이강철 감독은 "(소)형준이랑 친구다. 도움들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소)형준이가 워낙 멘탈이 좋다"며 "(오원석도) 멘탈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 처음에 약간 새가슴 기운아 있었는데, 지금은 안정되어 가고 있다"고 전했다.

소형준은 2023시즌 토미 존 수술을 받았고 올해 선발로 복귀했다. 8경기에서 3승 2패 평균자책점 2.83으로 성공적인 귀환을 알렸다. 9이닝당 볼넷 비율도 2.64개로 수준급이다.

시즌 초반 소형준은 오원석이 투구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고 했다. 당시 소형준은 "(오)원석이와 왜 원하는 곳으로 공이 가지 않을까에 대해 같이 고민하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며 "(오)원석이도 분명히 저를 보고 스트라이크 많이 던지고 공격적으로 투구했을 때 어떤 결과들이 나오는지 봤다. 저도 (고)영표 형을 보면서 배웠기 때문에, (오)원석이도 많이 느끼고 좋은 피칭을 앞으로 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KT 위즈 소형준./마이데일리KT 위즈 장성우./KT 위즈

장성우의 리드도 큰 몫을 했다. 이강철 감독은 "장성우는 유인구를 안쓴다. (장)성우가 원석이에게는 되게 큰 것 같다"라면서 "볼 배합이 작년에 비해서 체인지업 비율이 올라갔다"고 밝혔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오원석은 지난 시즌 6.6%의 체인지업 구사 비율을 보였다. 올 시즌은 17.5%로 급증했다. 커브 비율이 19.4%에서 7.5%로 줄었다. 장성우는 시즌에 앞서 오원석에게 변화구 비율, 특히 체인지업 비율을 높인다고 예고했다. 장성우의 볼 배합은 극적인 성적 향상으로 돌아왔다.

제춘모 코치도 '체인지업' 구사에 도움을 줬다. 이강철 감독은 "체인지업은 제춘모 코치가 조금 교정했는데 많이 좋아졌다. 그립을 좀 바꿨다. (제)춘모 코치가 원래 체인지업 잘 던졌다. 그 뒤로 체인지업이 더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오원석의 체인지업은 마구에 가깝다. 피안타율이 0.222밖에 되지 않는다. 피장타율은 0.259로 거의 장타가 나오지 않는다. 제춘모 코치의 교정이 없었다면, 장성우의 볼 배합은 먹히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 LG 트윈스 더블헤더 1차전 경기. KT 선발 오원석이 힘차게 투구하고 있다./마이데일리

물론 선수의 노력이 가장 크다. 주변에서 아무리 도와주더라도 본인이 노력하지 않는다면 변화는 없다. 열린 마음으로 조언을 받아들였기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드디어 껍데기를 깨고 있다. 이강철 감독도 '새가슴' 기운이 점차 사라진다고 했다. 오원석의 별명은 '제2의 김광현'이다. 별명에 걸맞은 성적을 오래도록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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