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노래] - 윤심덕·안기영 메기의 추억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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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메기의 추억이란 노래가 있다. 여기서 '메기'가 무슨 뜻이나고 집사람에게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강가에서 메기 잡아 매운탕 끓여 먹고 신나게 노는 얘기 아니냐고. 과연...


메기(maggie)는 서양의 여자이름 마가렛(magarret)의 줄인 표현이다. 노래가 된 시는 메기의 사연이다. 

즉 마가렛 클라크(1841~1865)가 남편 조지존슨(1939~1917)과 갓 태어난 남자아기를 두고 스물세 살의 나이에 폐병으로 죽었는데, 남편 조지가 메기를 그리워하며 1865년에 쓴 시다.

이 시는 조지존슨의 영국인 친구 제임스 오스틴 버터필드에 의해 곡이 붙여졌고 미국전역에서 베가본드, 즉 떠돌이 악사들이 벤조반주에 맞춰 시름을 달래는 노래로 회자됐다.

이승만 대통령의 자서전에도 메기의 추억이 나온다. 그가 1800년대 후반 배재학당을 다닐 때 그에게 영어를 가르쳤던 여선교사가 들려준  첫 노래가 바로 이 것.

우리나라에서는 윤치호선생이 '옛날의 금잔디'로 번역, 편곡했다. 미국 선교사들에 의해 국내에 소개된 이 노래는 1925년 국내 최초의 소프라노와 테너였던 윤심덕과 안기영의 목소리로 레코드가 만들어졌고 중등교과서에도 실려있다.

노래가 되기 전 조지존슨이 자기의 시집 단풍잎들, 즉 메이플 립스(maple leaves)란 시집에 when you and I were young이란 제목으로 실렸다.

메기는 1841년생으로 나이아가라폭포 근처인 해밀턴에서 태어났다. 뉴욕 주 북쪽 끝 나이아가라 폭포 근처에 위치한 이 마을의 글렌포드 고등학교에 3학년이던 메기는 새로 부임한 2살 많은 영어선생이자 시인이었던 존슨과 사랑에 빠진다.

그 당시는 5살에도 학교를 입학할 수 있었기에 두 살 차이임에도 학생과 선생으로 만날 수 있었다. 

서로 첫눈에 반한 둘은 봄이면 나이아가라 폭포수가 흘러 들어가는 온타리오 호수 근처, 양지바른 금잔디에 앉아 청옥보다 더 푸른 호수를 바라보았다. 호수와 개울, 꽃밭과 물레방앗간, 숲을 품은 목가적 자연을 거닐며 봄날을 노래했고 여름이면 같이 호수 변을 즐겼다. 

가을이면 강가 주변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온갖 색의 단풍들을 보면서 사랑의 깊이를 더해갔다. 그러던 중 조지존슨이 오하이오주의 클리브랜드 고등학교로 가게 되자 둘은 결혼을 했고 그 곳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메기의 아들이 태어나 10개월 남짓 되었을 때의 일이다. 불행하게도 메기는 폐병에 걸려 앓아 누웠다. 페니실린이 발명되기 전 폐병은 죽음의 병이었다.

메기의 부모도 전염될까 두려움에 가까이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조지존슨은 꾸준히 그녀의 옆을 지켰다. 결국 메기는 남북전쟁이 끝나던 1865년에 23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고 조지는 25살에 사랑하는 앳띤 부인을 잃고 말았다.

조지가 메기를 기차 짐칸에 싣고 고향 해밀턴으로 향하던 중 아기가 끊임없이 울었다.

승객들이 너나없이 안 좋은 표정을 짓자 조지는 갑자기 아기를 번쩍 들고 승객들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스물 세 살의 이 애 엄마가 어제 죽었습니다. 지금 짐깐의 관속에 있고 고향 해밀턴에 묻으러 가는 중입니다. 여러분! 이 애도 엄마가 많이 보고 싶어 이렇게 울음을 그치지 않으니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객실의 많은 사람들이 표정을 달리하며 모여들어 위로의 말을 전했다. 그 후 조지는 존스 홉킨스대학에서 철학과 영문학박사학위를 취득했고, 교수로 평생 혼자 살다 78세의 나이에 메기곁으로 갔다는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다.

 
이상철 제이민그룹 회장/ 칼럼니스트·시인·대지문학동인/ 한국HR서비스산업협회 회장(前)/국회 환노위 정책자문위원/ 국회의원 보좌관(대구)/ 쌍용그룹 홍보실 등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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