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낸 장인화 화인그룹 회장을 둘러싸고 여러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장인화 회장의 사익이 코스피 상장사인 화인베스틸의 이익보다 더 우선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상장사에 손실 안긴 지배력 강화… 일감 몰아주기·부당지원 지적도
화인베스틸은 지난달 말 자회사인 인포인에 41억원을 추가 출자했다. 이에 앞서 화인베스틸은 2023년 7월 인포인 지분 53.2%를 109억원에 인수하고 이후 인포인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투자한 바 있다.
이번 출자는 화인베스틸이 보유 중인 인포인 BW를 인포인 주식으로 바꾸는 구조로 이뤄졌다. 우선 인포인이 BW를 화인베스틸에 상환하고, 화인베스틸은 해당 자금을 인포인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다시 투자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인포인은 유상증자 신주 발행가액을 BW의 신주인수권 가격보다 절반 이상 낮게 책정했다. 이에 따라 화인베스틸은 신주인수권을 행사했을 경우에 비해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하게 됐고, 인포인은 두 배 이상 많은 자본금을 확충하게 됐다.
이는 인포인이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인포인은 지난해 매출액 31억원에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각각 37억원을 기록했고, 결국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에 화인베스틸은 인포인 지분 장부가액 중 51억원을 손상처리하기도 했다. 이미 투자금의 절반이 증발한 가운데, 추가적인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인포인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되지만, 올해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곧장 다시 완전자본잠식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인포인으로 인한 화인베스틸의 손실이 더 커질 우려도 여전히 존재한다.
주목할 점은 인포인 인수가 다른 한편으로 장인화 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시켜줬다는 것이다.
화인베스틸은 2023년 인포인 인수 당시 신주 유상증자에 투입한 85억원을 투입했다. 그리고 그해 말 코스닥 상장 계열사이자 장인화 회장이 최대주주인 동일스틸럭스(옛 동일철강)는 인포인을 대상으로 46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인포인은 동일스틸럭스 지분 12.67%를 확보했다. 또한 인포인은 동일스틸럭스에 40억원을 대여해주기도 했다. 화인베스틸이 인포인 지분을 확보하며 투입한 자금 대부분이 동일스틸럭스로 흘러갔던 셈이다.
동일스틸럭스는 2023년 말 기준으로 화인베스틸 지분 16.64%를 보유 중이었으며, 현재도 9.98%를 보유 중인 단일 2대주주다. 이런 가운데, 화인베스틸이 인포인을 인수하고 이후 인포인이 동일스틸럭스 지분을 확보하면서 순환출자 구조가 형성됐다. 이 과정에서 장인화 회장의 동일스틸럭스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은 38.8%에서 50.78%로 크게 강화됐다. 이와 함께 동일스틸럭스가 화인베스틸 지분을 일부 처분해 10% 아래로 낮추면서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도 피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장인화 회장에게 지배력 강화 효과를 안겨준 일련의 과정은 코스피 상장사인 화인베스틸에겐 손실이 돼 돌아오고 있다. 완전자본잠식으로 이어진 인포인의 대규모 손실은 동일스틸럭스 주가 하락에 따른 지분가치 감소가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리고 이는 화인베스틸의 장부가액 손상과 추가 자금 투입 등에 따른 부담 가중으로 이어진 모습이다.

장인화 회장의 사익 편취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화인베스틸과 화인인터내셔날의 거래도 의혹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화인인터내셔날은 장인화 회장과 그의 가족 등이 거느리고 있는 비상장회사다.
화인베스틸은 2023년과 지난해 연이어 매출이 감소했을 뿐 아니라 적자도 지속됐다. 특히 매출원가가 매출을 초과하면서 원가 부담이 큰 모습을 보였다. 반면, 화인베스틸에 원자재인 슬라브를 납품하는 화인인터내셔날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30%, 277% 크게 늘었다. 화인인터내셔날의 전체 매출에서 화인베스틸과의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65%가량이었고, 화인인터내셔날의 상품 매출 대비 상품 매출원가는 10% 이상의 마진율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화인베스틸은 화인인터내셔날에 대해 상당한 규모의 매출채권을 쌓아두고 있다. △2019년 73억원 △2020년 127억원 △2021년 159억원 △2022년 185억원 △2023년 178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87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화인베스틸의 화인인터내셔날에 대한 매입채무는 2억~4억원 수준을 유지 중이다. 즉, 화인인터내셔날은 화인베스틸에 대해 외상값을 쌓아두고 있지만, 화인베스틸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화인인터내셔날이 장인화 회장 개인회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일련의 양상은 일감 몰아주기 및 부당지원이란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이에 대해 화인베스틸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매출채권 회수를 적극 진행 중이고, 올해도 지속하고 있다”며 “주요 원자재 공급처인 포스코에 비해 화인인터내셔날의 납품단가가 더 낮다. 공급처 다변화 차원이지 화인인터내셔날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성격으로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장인화 회장은 지난해까지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을 역임했다. 그만큼 더욱 모범적인 모습이 요구되지만, 그를 둘러싼 일련의 논란은 이러한 기대와 거리가 먼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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