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넷플릭스 시리즈 ‘약한영웅 Class 2’는 친구를 위해 폭력에 맞섰으나 끝내 지키지 못한 트라우마를 안고 은장고로 전학 간 모범생 연시은(박지훈 분)이 다시는 친구를 잃을 수 없기에 더 큰 폭력과 맞서면서 벌어지는 처절한 생존기이자 찬란한 성장담을 그린 작품이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온 스크린’ 섹션에 공식 초청돼 호평을 이끌어낸 것은 물론, 공개 직후 단숨에 그해 웨이브 유료 가입자 견인 1위를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던 ‘약한영웅 Class 1’의 두 번째 이야기로, 지난달 25일 넷플릭스로 무대를 옮겨 공개된 뒤 공개 3일 만에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1위에 오르며 호평 속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학원물의 전형성을 탈피한 세계관에 유니크한 액션을 더해 작품의 성공을 이끈 유수민 감독과 기획 총괄을 맡은 한준희 감독이 다시 의기투합한 ‘약한영웅 Class 2’는 더 깊어진 이야기와 한층 더 화끈하고 처절한 액션으로 돌아와 글로벌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연시은의 성장과 함께 더욱 깊어진 열연을 펼친 박지훈을 필두로 려운(박후민 역)·최민영(서준태 역)·이준영(금성제 역)·유수빈(최효만 역)·배나라(나백진 역)·이민재(고현탁 역) 등 새롭게 합류한 배우들의 호연 역시 호평 이유로 꼽힌다.
시리즈를 기획하고 총괄한 한준희 감독과 극본과 연출을 겸했던 유수민 감독은 최근 시사위크와 만나 ‘약한영웅 Class 2’의 출발부터 연출 중점 포인트, 촬영 비하인드 등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글로벌 반응도 좋다. 소감은.
유수민 감독 “얼떨떨하기도 하고 좋기도 하고 클래스 1에서 이어진 이야기를 클래스 2로 더 보여줄 수 있고 매듭지을 수 있었다는 게 감사했다.”
-해외에서도 큰 사랑을 받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준희 총괄 “약자가 강자를 상대로 헤매는 이야기는 보편적으로 좋아할 수 있는 서사가 아닌가 싶고 액션이라는 장르의 외피를 잘 세팅해서 보기 어렵지 않게 많은 분들이 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유수민 감독 “이 이야기를 다 보고 났을 때 내게 소중했던 누군가가 떠오르고 보고 싶어지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준희 총괄과 종종 했다. 그게 우리가 보편적으로 갖고 있는 어떤 마음이잖나. 그런 것들이 작용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또 한편으로는 액션이나 장르적 색채들이 있으니 그런 것도 즐기는 어떤 포인트가 되지 않나 싶다.”
-클래스 1의 성공으로 부담감, 책임감이 컸을 것 같은데 클래스 2는 어떤 마음으로 임했나. 기획 단계부터 클래스 2 계획이 있었나.
한준희 총괄 “클래스 1이 잘 되고 반응이 있어야 클래스 2도 할 수 있는 거라서 기획 단계부터 1, 2를 다 할 순 없었다. 잘 되면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정도만 생각했던 것 같다. 클래스 1과 스태프가 거의 같다. 어떤 작품을 결정해서 몇 년의 시간을 쏟아붓는다는 게 인생에서도 되게 큰 시간을 투자하는 거잖나. 그렇기 때문에 더 좋은 컨디션으로 작품을 소개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컸다.”
유수민 감독 “나는 사실 힘들어서 클래스 2까지 할 힘이 없다고 했다.(웃음) 그런데 클래스 1에서 연시은이 안타깝게 끝나잖나. 작가이자 감독으로서 잔인하다고 느꼈다. 나만 만나지 않았으면 잘 살아갈 수도 있었을 텐데 싶고. 행복이라는 걸 알려줬다가 뺏고 한 게 잔인하게 느껴져서 연시은을 다시 웃게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다. 이 이야기를 잘 매듭지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가장 컸다. 클래스 1을 많이 사랑해 줬으니 그분들에게 또 한 번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웨이브에서 넷플릭스로, 글로벌 플랫폼으로 무대를 옮겼다. 준비 과정도 궁금한데.
한준희 총괄 “모든 작품이 기획하고 완성하기까지 힘들다. 업계에서는 만들어지는 게 기적적인 일이라고 한다. 클래스 1에서 2로 옮겨지면서 플랫폼이 변했고 힘든 과정이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동시에 되게 많은 분들이 도와줬다. 기다려준 (유수민) 감독을 비롯해 프로듀서, 제작사 대표, 넷플릭스와 웨이브 등 ‘약한영웅’의 뒷이야기를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조금씩 다 양보하면서 도와준 결과다. 그 과정에서 기다림이 있었지만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좋은 마음으로 연시은의 다음 이야기를 보고 싶어 했고 그래서 성사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제작발표회에서 ‘화해’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는데 그 키워드에 집중하게 된 계기는.
유수민 감독 “‘약한영웅’ 시리즈는 고등학생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성장담을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다. 클래스 1때도 어린 시절을 많이 돌아봤는데 내가 어떻게 어른이 됐지 생각했을 때 그 나이 때 많이 아팠던 것 같다. 그 과정을 통해 단단해진 경험이 있어서 클래스 1은 그렇게 만들었다. 그다음 과정이 뭐가 있을까 했을 때 화해가 떠올랐다. 부모님 혹은 나 자신, 세상이 되게 미울 때가 있잖나. 그런 것들을 다 인정하는 마음 같은 것들이 그다음 성장 과정에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화해를 조금 다르게 말하면 ‘괜찮아, 네 잘못 아니야’라는 의미거든. 그런 장면들이 여러 군데 많이 배치돼 있다.”
-원작이 있긴 하지만 현시대를 반영하는 이야기라 지금 학생들의 상황, 이야기를 담기 위한 취재 과정도 있었을 것 같은데.
한준희 총괄 “유수민 감독이 취재를 진짜 열심히 했다.”
유수민 감독 “10대 아이들의 오픈 채팅방에 많이 들어가 있다. 나이와 이름을 속이고 활동했다. 패션방, 헬스방, 공부방, 우울증방 여러 곳에 들어갔다. 대화를 하며 느낀 것은 유행이나 이런 것은 변하겠지만 본질적인 성질은 내가 어릴 때와 다르지 않다는 거다. 그 나이대는 엄청 복잡하잖나. 하루에도 기분이 12번 바뀐다고 하는 것처럼. 고민도 많고. 우울증방에서는 되게 놀랐다.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정신의학과를 다니더라. 스트레스가 진짜 많구나 느꼈다. 대본 작업할 때 그렇게 취재를 했다.”

-클래스 1에서 연시은과 안수호, 오범석의 관계성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었는데 클래스 2에서는 박후민과 서준태, 고현탁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어떤 고민을 했나. 특히 안수호가 워낙 사랑을 많이 받은 캐릭터라 그의 자리를 채우는 것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
유수민 감독 “세 캐릭터 모두 클래스 1 시은과 수호, 범석의 조합을 나눠가지고 있는데 누구와 누구를 똑같이 배치했다기보다 각자의 면모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변주를 주면서 통일성을 구축하고 싶었다. 박후민의 역할만 놓고 보자면 수호와 후민이 다른 지점은 리더로서의 모습이다. 후민은 리더로서 전체를 움직이고 수호는 시은을 위해 행동하고 움직였다. 후민은 더 큰 책임감으로 움직이는 또 다른 성장을 담은 인물이 아닐까 생각했다. 또 준태가 중요했던 것은 범석과 같은 상황에 처하지만 그렇게 나쁜 길로 빠지지 않는다는 걸 말해주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둘의 시작점은 같지만 결말이 너무도 다르다. 준태는 조금 더 희망적인 것을 말하는 캐릭터가 아닌가 생각했다.”
한준희 총괄 “바쿠(박후민)의 서사를 놓고 보면 리더가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원하든 원치 않든 은장이라는 학교의 리더로. 의도가 있든 없든 어떤 자리에서, 어떤 위치에서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 진짜 리더가 되는 이야기가 수호화 변별성 있는 서사라고 생각했다. 또 시은이 은장고에서 만나는 친구들과 조금 다른 식으로 엮인다. 연시은이 이타적인 인물이 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자신과 직접적으로 얽히지 않았는데 남을 위해서 움직일 수 있는 인물이 돼간다는 게 이 친구의 성장이라고 봤다.”
-나백진 캐릭터도 흥미로웠다. 특히 박후민과의 관계성은 원작에는 없는 설정이었는데.
한준희 총괄 “나백진이라는 인물이 원작과 달랐으면 한 게 감독이 원한 지점이었다. 나백진이라는 인물이 싸우는 이유가 너무 장르적이진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감성적인, 정서적인 접근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백진의 결말에 담긴 의미, 의도는.
한준희 총괄 “대가가 필요했던 것 같다. 이 작품에서 안타고니스트는 일종의 시스템이고 인물로 보자면 어른들이잖나. 아이들은 실수를 하지만 어른은 알고 하니까 잘못인 거다. 아이들은 10대 후반에 할 수 있는 실수, 한 때 지나갈 수 있는 과정일 수 있는데 어른들의 잘못으로 인해 아이들이 대가를 치르는 거라고 생각했다.”

-액션 차별점, 장르적 재미를 위해 연출에 중점을 둔 부분은. 마지막 하이라이트 액션 장면 비하인드도 궁금하다.
유수민 감독 “대전에서 다 같이 머물면서 한 달 정도 촬영했다. 한달 내내 찍은 것은 아니고 중간중간 리허설도 하고 다른 신도 찍고 하면서 촬영을 했다. 생각나는 것은 되게 많은 인원이 모여 있잖나. 비도 뿌리고 하는데 현장에서의 에너지가 엄청 났다. 처음 충돌할 때 힘든 촬영인데도 모두 신이 났다. 아드레날린이 폭발했던 기억이 난다. 액션의 가장 큰 변화는 시은의 변화다. 클래스 1과 다르게 조금 더 감정적으로 처절하게 싸운다. 시은이 싸움으로 얻으려는 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클래스 1에서는 나를 위해, 클래스 2에서는 옆에 있는 사람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었다.”
한준희 총괄 “냉정할 수 없는 연시은이 무언가 계산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처절하고 본능적으로 싸운다. 클래스 1과 클래스 2에서 싸울 때 연시은의 표정이 다르다. 그걸 느낄 수 있을 거다.”
-가장 아픈 손가락을 꼽자면.
유수민 감독 “시은에게 정서적인 핵이 수호라면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핵은 범석이라는 인물이다. 가장 입체적이기도 하고. 또 한 명을 꼽자면 준태다. ‘약한영웅 Class 2’에서 ‘약한영웅’이라는 워딩에 가장 부합하는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박지훈이 안정적으로 시리즈를 이끌었다. 어떤 배우였나.
유수민 감독 “연시은의 몸과 마음이 남아있는 것 같아 신기했다. 첫 촬영 때 2년 전에 찍었던 연시은과 같은 사람처럼 바로 하길래 너무 신기했던 기억이 있다. 태고난 재능이 엄청난 것 같다. 화면 안에 존재하면서 보는 사람을 설득하는 힘이 강한 배우가 드물다고 생각하거든. 타고났다. 대단한 사람이다. 공항에서 엄마와 짧은 대화를 하는데 그때 진짜 아이 같은 거다. 실제로 박지훈은 아이가 아닌데 그 순간은 정말 아이 같았다. 신기했다. 현장에서 박지훈을 보는 게 그냥 즐겁고 그랬다.”
-클래스 3 계획도 있나.
한준희 총괄 “(유수민)감독님과 술 먹으면서 이런저런 상상의 나래는 펼친다. 상상은 자유니까. 현실적으로 할 수 있을지는 많은 분들이 사랑을 주셔야 가능하다. 박지훈 이야기처럼 같은 결로 이어갈 수 있고 우당탕 전원일기처럼 학교생활을 이어가는 시트콤이 될 수도 있고.”
유수민 감독 “어제 유수빈은 효만을 주인공으로 20분짜리 쇼트폼을 하자고 하더라. ‘최효만 비긴즈’로. 그런 농담을 그냥 하고 있다.”
한준희 총괄 “특정한 방향을 잡아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다.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다양한 갈래로 해볼 수 있을 거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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