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교체 출전해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미겔 로하스(36, LA 다저스)는 베테랑 중앙내야 백업요원이다. 유격수와 2루수를 팀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지킬 수 있는 선수다. 붙박이 슈퍼백업으로서 팀에서 없으면 허전한 선수다. 그런 로하스는 5일(이하 한국시각)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원정경기서 3-4로 추격하는 결정적인 대타 솔로포를 가동했다. 그리고 2루수로 투입돼 호수비를 보여줬다.

다저스는 패배했지만, 로하스는 자신의 몫을 다했다. 그러나 그런 로하스는 경기 후 팟캐스트 더 다저스 블루드 로스와의 인터뷰서 “Kim did an amazing job coming off the bench and stealing that bag”이라고 했다.
김하성이 교체로 출전해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면서, 가방을 훔쳤다고 표현했다. 직역하면 이렇고, 대단한 도루를 해냈다는 얘기다. 김혜성은 9회초 선두타자 앤디 파헤스가 내야안타로 출루한 뒤 대주자로 등장해 2루 도루를 해냈고,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 상황서 과감하게 3루에 뛰었다.
사실 데뷔 첫 도루보다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서 3루로 뛴 게 더욱 큰 화제를 모았다. 애틀랜타 포수 드레이크 볼드윈이 풀카운트서 세 번째 스트라이크가 된 공이 그라운드에 닿자 순간적으로 김혜성을 체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혜성은 그 찰나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사실 데뷔 첫 도루도 대단했다. 경기흐름상 아무리 대주자로 나갔다고 해도, 2루 도루를 하기 쉬운 상황이 아니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마운드에 있는 레이셀 이글레시아스는 주자 견제능력이 좋은 투수라고 했다.
꼭 그런 부분을 떠나 경기상황만 보면 안 뛰는 게 정석이었다. 9회에 나간 동점주자인데 2루에 뛰다 아웃되면 경기흐름이 급격히 넘어가기 때문이다. 이럴 땐 벤치에서 굳이 작전이 안 나와도 1루 주자가 스킵만 과감하게 하면서 배터리를 괴롭혀 볼배합을 단순하게 유도, 타자에게 간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게 더 좋은 팀플레이일 수 있다.
그러나 김혜성은 과감하게 뛰었다. 어쩌면 경기 전부터 대주자로 나갈 것을 염두에 두고 구단이 제공한 이글레시아스의 투구폼 분석 및 숙지를 미리 완벽히 하고 나갔다고 봐야 한다. 그는 키움 히어로즈 시절부터 늘 상대 분석을 철저히 하는 선수였다.
어쨌든 김혜성은 방망이 한 번 휘두르지 않고 대단한 주루를 선보였다. 미국 언론들은 이미 주전 2루수 토미 에드먼이 발목 부상에서 회복해 돌아오면 김혜성이 곧바로 트리플A로 돌아갈 것이라고 바라본다. 실제 다저스 백업진은 탄탄하다. 베테랑 백업요원들을 트리플A로 보내긴 어렵다.

그렇다고 해도 김혜성은 이날처럼 기회가 있을 때 주루든 수비든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게 2200만달러(약 305억원)짜리 3+2년 계약을 맺은 멀티맨의 숙명이다. 기회가 있을 때 방망이 실력을 보여주는 것도 물론 잊으면 안 된다. 할 수 있을 것을 다 해보고 평가를 받으면 된다. 충분히 좋은 실질적 데뷔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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