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놀고 싶어요”… ‘놀 권리’ 지켜지지 않는 한국 아이들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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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초등학생 4~6학년을 대상으로 어린이 생활 실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절반 이상이 '하루 2시간 이하만 놀 수 있다'고 응답했다. / 게티이미지뱅크
전국 초등학생 4~6학년을 대상으로 어린이 생활 실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절반 이상이 '하루 2시간 이하만 놀 수 있다'고 응답했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전국 초등학생 4~6학년을 대상으로 어린이 생활 실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62%가 하루 2시간 이하만 놀 수 있다고 응답했다. 시간이 생기면 하고 싶은 활동으로는 10명 중 5명의 아이들이  ‘친구들과 만나 놀기’를 꼽았다.

지난 1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어린이날 103주년을 맞아 전국 초등학생 4~6학년 2,804명을 대상으로 ‘어린이의 생활 실태와 우리 사회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4월 9일부터 22일까지 온라인 설문조사로 실시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2%가 하루 2시간 이하만 놀 수 있다고 응답했으며, 15.6%는 놀 수 있는 시간이 1시간도 채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시간이 생기면 하고 싶은 활동으로는 ‘친구들과 만나 놀기’(54.6%)와 ‘친구들과 게임하기’(33.5%)가 가장 많았다. 

시간이 생기면 하고 싶은 일을 묻는 질문에 '친구들과 만나 놀기'가 54.6%로 가장 많은 응답을 얻었다.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시간이 생기면 하고 싶은 일을 묻는 질문에 '친구들과 만나 놀기'가 54.6%로 가장 많은 응답을 얻었다.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유엔아동권리협약 제31조 1항에는 아동이 휴식과 여가를 즐기고, 연령에 맞는 놀이를 하는 것을 하나의 권리로서 명시하고 있다. 아동의 행복감에 놀이가 가장 밀접한 영향을 미치기에  자발적인 놀이시간을 보장해 줘야 하지만, 국내에서 아동의 ‘놀 권리’는 놀이에 대한 부모의 인식 부족‧학습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등으로 인해 지켜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실제 초등 6학년의 30%는 모든 일정을 마친 뒤 오후 8시 이후에야 귀가한다고 답했다. 밤 10시 이후에 귀가한다고 답한 학생들도 4%에 달했다. 반면 ‘적절한 귀가 시간’을 묻는 질문에 70%가 4~6시라고 응답했다.

초등 의대반 확산에 대한 생각도 물어봤다. 어린이 4명 중 1명(27.8%)은 ‘어린 나이에 그런 공부를 시키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부모님이 원하면 어쩔 수 없다’고 답한 비율은 16.6%로, 어린이들이 자신의 의사보다 보호자의 결정에 따르고 있음이 드러났다.

생활에서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단연 ‘공부’(69%)가 가장 많았다. △친구와 관계(33%) △외모(24%) △학교폭력(20%) △부모님과 관계(13%) 순으로 뒤를 이었다. 

생활에서의 고민을 묻는 질문에는 '공부'가 69%로 가장 많았다.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생활에서의 고민을 묻는 질문에는 '공부'가 69%로 가장 많았다.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초등학생이 가장 걱정하는 사회 문제는 ‘전쟁’(62.5%)으로 나타났다. 이어 △저출생(65.9%) △기후위기(53.2%) △일자리(38.6%) 순으로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장애인 차별(31.3%) 과 성차별(28.3%)‧지역 격차(8.3%)에 대한 걱정도 상당해, 국내 어린이들이 차별 인식에 민감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소희 전교조 초등위원장은 “잠자고 싶다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정치권과 교육당국에 닿길 바란다”며 “어린이들에게 ‘학벌’ 아니면 ‘외모’를 외치는 빈곤한 사회가 아닌, 성장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린이였던 어른들이 변화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어린이가 학교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고 무한한 경쟁으로 내모는 가혹한 정책 추진을 이제는 멈춰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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