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겨울' 지나 기지개 켜는 삼성전자…'스마트폰·HBM' 훈풍 불어올까

마이데일리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삼성전자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서 범용(레거시) 메모리의 부진과 HBM 납품 지연 등으로 지난해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기록했지만 반도체 업황을 둘러싼 기대와 불확실성이 맞물리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공개한 잠정 영업이익은 6조600억원으로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를 크게 웃돌았다. 갤럭시S25 시리즈가 예상을 웃도는 판매량을 올리고 메모리 부분이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면서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다.

이로써 업계의 시선은 삼성전자가 공개할 1분기 확정 실적과 미국발 관세 리스크가 본격화될 2분기에 맞서 내놓을 대응책에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30일 올해 1분기 확정 실적 발표 및 콘퍼런스콜 진행을 예고한 상태다.

앞서 삼성전자는 8일 1분기 연결 기준 잠정 매출 79조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9.84% 늘었다. 영업이익과 매출액 모두 컨센서스 기대치를 웃돌았다. 실적 선방은 갤럭시S25의 판매 호조와 D램 출하량 안정화 등에 따른 것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반등하고, 중국의 이구환신(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지원) 정책에 따른 레거시 D램 출하 확대로 견조한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갤럭시S25가 예상을 넘는 출하를 기록, 영업이익은 4조원 이상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반도체(DS)부문의 경우 메모리에서 약 3조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했으나 시스템LSI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 영업손실이 2조원 이상 발생했을 것으로 본다. MX사업부 호실적이 DS사업부 실적 부진을 메운 셈이다.

D램 출하도 안정적으로 이어지며 메모리 업황 회복 기대감을 키웠지만 삼성전자는 HBM 주요 제품 출하가 더욱 다급해진 상황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실적 선방은 SK하이닉스의 1분기 '깜짝 실적'으로 빛이 바랬다는 평가도 나왔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7조6391억원, 영업이익 7조4405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1.9%, 157.8% 증가했다. 1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으로 지난해 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삼성전자 전사 영업이익을 앞선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엔비디아의 HBM3E 12단 퀄테스트(품질검증)를 통과하지 못하며 주도권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출하되는 HBM4(6세대 고대역폭메모리)에서 대반전을 노리고 있다. HBM이 시장 선점 시 가격대가 높게 형성되는 만큼 시장 리더십을 상실한 HBM3E(5세대) 보다는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차세대 칩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업계 시선은 오는 30일 진행되는 삼성전자의 실적발표 컨퍼런스콜로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1분기 성적표에서 사업부별 세부 실적을 공개하면 반도체 사업에서 SK하이닉스와 격차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발표된 4개 증권사의 삼성전자 DS 부문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1조72억 원이다. 메모리가 3조 원대 이익을 내고, 파운드리/시스템LSI가 2조 원대 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메모리 부분에서만 양사 간 영업이익은 2배 가량 차이가 난다. 최근에는 글로벌 D램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수익성뿐 아니라 매출마저 삼성전자를 제쳤다는 결과도 나왔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SK하이닉스의 D램 시장 매출 점유율은 36%로 삼성전자(34%)를 처음으로 앞섰다. 지난해 1분기만 하더라도 10%p가 넘었던 점유율 격차를 불과 1년 만에 따라잡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에 삼성전자가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내놓을 구체적인 사업 부문 실적과 향후 전략이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보다 상대적으로 범용 메모리(D램) 매출 비중이 높아 미국 관세 영향이나 경기 둔화에 더 민감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관세 정책 불확실성을 인정하면서도 글로벌 메모리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AI 서버용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가 2028년까지 연평균 50% 성장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으며 미국의 관세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한 상황이다.

아울러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폭탄'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를 뒤흔든다며 2분기 실적 낙폭을 키울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갤럭시 스마트폰 전체 생산량 중 약 50%가 상호 관세 46%가 적용되는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MX사업부의 경우 1분기 실적이 신제품 출시 영향으로 강세를 나타냈지만 관세 영향이 가시화할 경우 2분기 낙폭이 더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다. LG전자는 2분기 실적 방어를 위해 생산지 이전, 판가 인상 등 전체 로드맵은 이미 준비됐다고 컨퍼런스콜을 통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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